3일 단행된 신한국당 당직 개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낸 이대표 측근 그룹에 대한 인책과 김윤환 고문계의 전면 포진으로
이회창 대표의 정치력을 제고시키려는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순봉 대표비서실장의 전격 경질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사면
파문과 기아사태, 총재직 조기 이양, 당정강정책 변경 등 일련의 현안에 대해
잇달아 자충수를 둬온 이대표 측근들에 대한 경고메시지로 볼수 있다.

이대표측근들이 청와대와의 협의채널 부재, 공론화 과정을 무시한 독점적
의사결정, 사조직 채널의 지나친 현안개입 등으로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해
"대통합정치"가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당화합의 "걸림돌"이 돼왔다는
비주류측 주장을 수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대표가 측근들의 "부실보좌"를 방치할 경우 비주류에서 제기하고 있는
후보교체론을 자칫 제어할수 없는 지경에까지 몰리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실장의 사표수리 즉시 청와대정무비서관과 민자당기조실장 총재비서실장을
역임한 강재섭 총무를 정치특보로 기용한 것은 이대표 진영에 쏟아지고 있는
이같은 질타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야 협상의 창구격인 강총무를 긴급 수혈한 것은 그만큼
이대표측의 다급한 사정을 반영한 대목이다.

강특보는 "나의 임무는 한마디로 이대표의 정치력을 극대화할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라며 "기존 특보단을 잘 통괄하고 대선조직과 당기구와의
유기적인 협조에 전력할 것"이라고 말해 그동안 보좌진에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강특보의 기용은 충성경쟁으로 미묘한 갈등관계를 보이고 있는 특보단을
차제에 소리없이 대표를 보좌하는 고유의 임무에 충실토록 유도하는 한편
당을 비선조직이 아닌 공식기구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서는 T.K(대구.경북) 출신인 강총무의 정치특보임명에 대해 김윤환
고문계를 전면에 내세우고 청와대와의 관계를 개선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이대표의 의지가 담겨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고문의 핵심측근인 윤원중 의원이 대표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공화당 공채출신으로 민정당기획조정국장 대통령정무비서관 등을 두루 거쳐
당사정에 밝고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신임 윤실장은
청와대와 당, 이대표와 민정계 결집의 정치적 가교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이대표 "친위부대"가 자리바꿈만한 측면이 있는 만큼
비주류의 소외감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후보교체론은 한층 탄력을
받아갈 전망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