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2일 천명한 두 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사면 불가방침을
계기로 청와대의 기류에 변화가 일고 있다.

종전의 이회창 후보 대안부재론에서 한발 물러서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후보교체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후보의 자질과 경쟁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대표가 두전직대통령의 추석전 사면건의방침을 청와대와
한마디 상의없이 언론에 흘린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 자신도 1일아침 보고를 받고 "무책임한 사람들"이라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어 측근들에게 함구령을 내린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일 청와대참모들이 "사면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한 것도 이같은 김대통령의 함구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다가 언론에서 추석전 사면 또는 형집행정지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하자
김대통령은 1일밤 늦게 박범진 총재비서실장으로 하여금 청와대의 의중을
언론에 알리게 하고 이어 2일 아침 문종수 민정수석에게 불가입장을 발표
하도록 직접 구술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관심은 김대통령이 과연 이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을 얼마만큼
고려했느냐는 점이다.

이는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얼마나 진심으로 지지하고 있느냐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이번 불가방침은 김대통령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이대표와 연결시키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총재는 총재이고 후보는 후보다"라며 이대표측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나타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사면문제는 대통령의 전권사항인데 어디서 언론에
흘리냐"며 "대선전략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로 결정될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에 나타난 이대표측의 정치적 미숙과 측근들의
폐쇄적 정치행태를 지적하며 김대통령의 공개적인 사면불가방침에 여러가지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