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선거가 다자구도로 갈 경우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볼때
선두그룹을 형성할 것이 확실하고 또 그같은 국민지지도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이인제 경기지사의 행보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지사는 여권후보교체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 신한국당내에서는 최근 들어 급락한 이회창 대표의
지지율 변화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지사가 대선 출마여부를 떠나 이번 기회에 지사직을
내놓고 중앙무대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상당수의 측근 인사들이나 관측통들은 이지사가 국민적 지지도를 등에
업고 출마를 감행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이지사 자신은 그러나 현재 정치적 진로에 대해 고심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한다.

나름의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흔히들 얘기하는 "명분쌓기" 등의 수순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지사는 21일 본지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언론에서 앞서가는 보도를 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사는 특히 "당내 민주화와 국회중심의 정치복원을 위한 당 개혁안에
대해 마치 내가 당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또는 독자출마의 명분축적을 위한
행보로 오해하는 측이 없지 않아 개혁안 제출여부도 심각히 재고중"이라고
말했다.

이지사는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 이회창 대표로는 정권창출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그에 따라 상당수의 당내 인사들이 사실상의 집권당후보로
자신을 지원하게 될 경우에는 대선출마를 고려할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변에서도 "정권 재창출 불가" 자체 하나만으로도 이지사에게는 독자출마의
충분한 명분이 된다고 보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