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서울시장이 11일 대선출마결심을 사실상 굳힘에 따라 "1이2김3파전"
으로 짜여졌던 대선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우선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조시장의 득표력이다.

여야표밭 잠식효과에 대해서는 어느당도 자신있게 예단하지 못하고 있으나
여권은 일단 조시장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고정표 8백만표를 잠식하기는
어려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후보의 난립으로 지난 87년 대선때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돼
이회창 대표의 승리에 유리하다는 낙관론이 더 우세한 편이다.

조시장의 출신지인 강원표밭이 크게 잠식되지만 영남표가 이대표에게
집중돼 그 효과는 반감된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대체로 조시장이 야당지지성향의 젊은층 및 비호남표를 잠식,
불리하다고 보고 조시장의 불출마를 설득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후보가 많으면 고정표가 많은 김총재가 이긴다는 "다자
필승론"을 제기하고 있긴 하지만 "후보단일화없이는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는 기존명제를 견지하고 있다.

다만 조시장 출마가 또다른 여권후보의 출마로 이어질 경우에는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은 최근 김종필 총재와 최각규 강원지사와의 관계복원으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강원지역에 조시장이 새로운 맹주로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자민련으로서는 충청지역에서는 신한국당 이대표와, 강원지역에서는
조시장과 각각 각축전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표밭영향과 함께 이인제 경기지사와 박태준 전포철회장의 독자출마
가능성은 또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달말께는 이들의 출마여부가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은 조시장의 당선가능성을 현재로서는 낮게 보고 있다.

민주당의 조직이 약한데다 조시장의 지역적 기반도 다른 후보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다만 DJP가 야권단일후보로 조시장을 미는 상황이라면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다자대결구도에서 앞서는 국민회의 김총재가 양보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조시장이 결국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선거일 직전
사퇴하고 국민회의 김총재를 밀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출마단계부터 거칠게 대면하고 있는 양진영이 선거전이 본격화
되면 상호 비방속에 화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야권 단일화협상은 조시장의 출마로 주춤할 전망이다.

독자출마 가능성을 거듭 피력하고 있는 자민련은 조시장이 출마할 경우
신한국당 이대표와 DJP단일후보간의 맞대결 구도가 깨진다고 보고 후보
단일화보다는 박태준의원이나 신한국당 이한동 고문 등 구여권인사 등과
보수대연합을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회의내에서도 다자필승론이 강해지면서 후보단일화 "무용론"이 자리
잡을 전망이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