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전북학생회관에서 열린 신한국당 전북지역 합동연설회는 박찬종 고문이
전날 이회창 고문측의 불공정경선행위를 폭로해 그 어느 연설회 때보다
각 후보진영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시작됐다.

특히 박고문이 이날 연설회에 앞서 기자실에 들러 이고문측이 제주에서
대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하자 이고문측이 즉각 반박성명을 내는
등 양측은 사활을 건 전면전에 돌입.

<>.이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김덕룡 의원은 연설회 시작 1시간전부터
대회장 입구에 진을 치고 "기호 1번"을 외치며 지지를 호소.

그러나 김의원 외의 다른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듯 입장시 악수공세를
생략한채 곧바로 귀빈실로 발길을 돌려 차분히 연설회에 대비하는 모습.

<>.후보들은 대기실에서 전북도지부 관계자로부터 대회 준비상황 등을 경청.

도지부 관계자는 "학생회관을 정치행사장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아 준비과정에서 고생했다"며 "중앙정부가 이 지역발전에 너무 무관심
했기 때문"이라고 은근히 지원을 호소.

박고문은 혼자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귀빈실에 가장 늦게 도착, 다른
후보들과 차례로 악수.

이회창 고문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박고문을 웃음으로 맞이했으나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시종 박고문과 눈길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

특히 이고문은 기자들이 다가가 제주에서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자 "그런 일 없다"며 "여기서는 그런 얘기를 하지 말자"고 박고문이 보는
앞에서 손을 가로젓기도.

<>.박고문과 이고문간 금품수수 향응제공 등을 둘러싸고 벌이고 있는
공방전과 관련해 후보들마다 다소 다른 입장을 피력해 관심.

이수성 고문은 "경선후보간 경쟁은 매우 우려할만한 수준에 와 있다"며
살생부 괴문서 금품살포설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

이인제 지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
무조건 승복하겠다"고 공언해 두 후보간 싸움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

반면 이한동 고문 김덕룡 고문 등은 특정후보와의 연대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간 싸움을 조용히 관전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

당사자인 이회창 고문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상대를 모략하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역공.

<>.후보들은 그동안 비판을 받아온 "지역발언"을 이날 연설회에서도 계속
쏟아놓긴 했으나 강도를 낮추면서 지역공약을 크게 내세우는 쪽으로 변신을
시도.

이한동 고문은 이인제 경기지사의 "세일즈대통령론"을 겨냥,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만들어낼수 있는 "경영대통령"을 뽑아야 한다며 새만금
종합개발사업 서해안고속도로및 군산신항의 조기완공 등을 공약으로 제시.

이수성 고문도 지역화합을 강조한뒤 군장(군산 장항) 지역을 축으로 한
"황해경제권" 육성을 약속.

이회창 고문도 당내민주화 등 7대 공약을 내건뒤 지역특성을 감안한 "제2의
농어촌발전사업" 추진을 다짐.

이지사는 "전북을 농업과 첨단산업이 결합된 한국의 덴마크로 만들겠다"면서
첨단생명공학 특화지역으로의 육성을 공약.

박고문은 첨단무공해 산업단지 문화관광단지 개발을 강조.

<전주=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