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노동당비서는 10일 안기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갖고 "북한은 전쟁준비가 대단히 잘돼있으며 단기간에 전쟁을 마무리지어
(미국 등)외국간섭을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를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일문일답 요지를 간추린다.

-서울 도착후 "황장엽 리스트"에 대한 말을 들어보았는가.

"들어본 일이 있다"

-당국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리스트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했는가.

"북한의 남한에 대한 기본전략, 50여년동안 계속해온 정책은 하나는
남한을 내부적으로 와해시키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대남사업을) 직접 주관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 상식화되어 있고 주워들은 얘기는 적지않다.

그래서 그렇게 굉장하게 리스트가 있다고 내가 얘기한 것은 없지만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당국자들에게 다 얘기했다"

-북한의 전쟁결행의지와 능력은.

"어느때 전쟁을 하든지 결국 전쟁은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상식처럼 돼있다.

시기적으로는 국제적 국내적 정세를 모두 생각해서 이뤄지리라 본다.

남한 정세가 복잡하고 혼란한 시기를 노려서 (남한의)동맹국이 다른 곳에
역량을 분산시킬때 북한이 도발할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문제"라는 논문에서 북한이 남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전쟁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전쟁준비는 대단히 잘돼있다.

무기를 1백% 자체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이고 모든 군사시설이 갱도화,
지하시설화돼 있어 북한의 전 영토가 요새화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문제"라는 논문은 발표용이 아니었지만 전쟁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었다.

핵무기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통해 핵무기의 실태에 대해 알수
있겠지만 핵무기가 있다는 것은 상식화돼있는 문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사상전향에 대해 말해달라.

"법률상으로 볼 때 내가 북에서 남으로 국적을 옮긴 것은 망명이다.

그러나 조국은 민족과 영토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조국인 대한민국으로 온 것일 뿐이다.

나는 이미 60년대에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나 사상전향을 했다.

내가 생각해왔던 인본주의 사상은 변함이 없다.

단지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느냐는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사상전향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데 북한 내부에서 승리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어떤지.

"남쪽에서 북침해 오면 단번에 때려부수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집을 짓고 거리를 만드는 일을 비롯한 모든 일을 전쟁을 치른다는 관점에서
하고 있다.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쟁을 반드시 한다는 말은 위험성이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1백%
일어난다는 것인가.

"전쟁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변함없는 노선이다.

국제정세 및 내부정세에 따라 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 가능성을 1백%, 50% 등으로 풀어 따질 것은 못된다.

그러나 한번은 전쟁을 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망명전 작성했다는 서한을 보면 남한의 군과 안기부, 여당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서한은 직접 쓴 것인가.

이를 쓴 동기는 무엇인가.

"북한은 경제가 파괴되고 사상은 동요해 전쟁을 할 것 같은데, 가슴
아프게도 남한동포들은 이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 같았다.

북한이 남한 내부와해를 위해 스파이를 내려 보내고 있는데도 남한은
과거 일을 다 잊고 태평한 것같고 데모와 파업은 지속돼 매우 격분했었다.

전쟁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불순분자를 잡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서한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쓴 것이다"

-김정일이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이 있는데.

"(김덕홍씨 답변)김정일 해외 망명설은 들은 적 없다.

김정일이 왜 망명을 하겠는가.

자기 일생에 대남폭력적화통일을 하려 하고 있고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망하고 북한이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보루이고 자기가 세계공산주의 운동의
수령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인데 갈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일의 군대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은.

"식량난이 극심해지고 자립경제가 해체되면서 주민들이 전국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지만 군대만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전 군대를 전쟁에 내몰 수 있는 영향력도 있다.

전 군대가 무조건 김정일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체계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북한 집권층의 식량난에 대한 대책은.

"(김씨 답변)지난해 농업생산량이 유사이래 최저치였다.

북한 통치권은 식량난에 대해 개인 자체해결, 직장 자체해결이 어느 정도
이뤄진뒤 국가에서 해결한다라는 세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김정일의 권력승계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

"김일성 3년상이 끝났으니 조만간에 권력을 승계할 것이라고 본다.

너무 더운 시기는 피하기 위해서 약간 시기를 늦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내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중이라는데.

"온건파나 강경파가 있을 수 없다.

북한은 일인독재 사회로 한사람의 지시에 따라 모든게 움직이므로 파는
물론 그개념도 없다"

-통일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첫째 지금 북한체제를 허물어뜨려 개혁 및 개방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그후 남북 교류는 인정하되 거주는 그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남한이 외국에 수출하는 자본을 북측에 제공한다면 10년 내로
(통일에)바짝 올라설 것이다"

-일본에서 망명하려 했다가 경비가 삼엄해 포기했다는데.

"남한에 망명할 결심은 지난해 7월부터 했다.

망명한다면 일본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에는 조총련이 있어 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극진했다.

그러나 거기(일본)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거기서라면 빨리 올 수도 있었겠지만 불가능했다.

그래서 포기했다"

-남한 기업의 합작투자나 남북경협에 대한 북한의 시각은.

"(김씨 답변)사탕 한 알이라도 남쪽으로부터 직접 들여오지 않고
국제적십자를 통해 들여 오려고 한다.

자본주의 물이 들어오고 자유화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사회에 약간은 개방한다는 흉내도 내야하기 때문에
선별해서 강한 통제밑에서 이렇제 저렇게 물꼬를 열어놓는 것같다.

그러나 결코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을 겪으면서도 전쟁을 하려한다는 사실이 잘
납득이가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50년간 전쟁준비만 해왔다.

사실상 북한은 지상보다는 지하에 건설된 건물이 몇 배 더 많다.

이를 기초로 속전속결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방침도 서있다.

장기전이 되면 경제력, 남한의 우방때문에 불리하다는 것이 뻔하다.

따라서 단기간에 전쟁을 마무리짓고 외국간섭을 못하게 하는 시나리오를
강구중이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