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12일 전당대회 대의원 선출을 위한 지구당 정기대회를 모두
마치고 이날부터 이틀간 각 지역별로 시.도지부대회를 열어 15개 시.도지부
몫의 대의원을 확정, 본격적인 경선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각 지구당 시.도지부 대의원들을 상대로한 경선주자들의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중 상당수가 지지후보 결정을 대의원의 "자율
투표"에 맡기겠다는 입장인데다 일부에서는 지역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어
경선판도는 막판까지 우열을 점치기 어려운 혼미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 속에 이회창 대표를 비롯한 대선예비주자들은 이날 오후
전략요충인 서울시지부 정기대회에 대거 참석, 축사를 통해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대표와 박찬종 이수성 이한동 이홍구 고문 최병렬 의원 등 "6룡"은 이날
서울시지부 대회에 나란히 참석, 오는 29일부터 시작될 공식 합동유세에
앞서 사실상 첫 유세대결을 벌였다.

이날 대회에서 선출된 대의원은 35명에 불과하나 참석자 대부분이 지역색이
엷고 경선 판도를 좌우할 수도권 핵심당원이라는 점에서 대선예비주자들은
"3분 스피치" 대결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대표 사퇴문제 등에 관한 반이 진영의 공격은
눈에 띄지 않았으며 경선주자들마다 나름의 정책비전을 제시하고 당 단합을
강조하는 등 경선과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하는 분위기였다.

불공정 시비를 감안해 지구당 정기대회엔 일절 참석하지 않았던 이대표가
이날 대회에는 참석한 것도 서울시지부 대회의 중요성과 의미를 단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대표는 축사에서 "경선이 화합과 결속 속에 치러질때 연말 대선에서 승리
할수 있다"며 자신을 중심으로 단합해 정권 재창출을 이끌어내자고 "대세론"
을 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총선에서 서울지역의 압승을 상기시킨 뒤 "반 지역주의
물결이 넘쳐 지역할거주의를 뿌리뽑을수 있도록 서울지역에서 앞장서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수성 고문은 경선참여 배경을 설명하고 전국 각 지역출신들이 서울에
몰려있는 만큼 서울지역 대의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서울시지부 대회를 마친후 성동을 지구당 등을 잇달아 방문, 서울지역
세몰이에 들어갔다.

박찬종 고문은 "공정하고 독립적이며 완전한 자유경선이 돼야 생명력있는
경선이 될수 있으며 정권 재창출을 달성할수 있다"면서 대의원들의 주체적
이고 독립적인 판단에 따른 이른바 "대의원 혁명"을 강조했다.

이한동 고문은 "요즘 우리 당원들 사이에는 주인의식이 없다"며 "우리 모두
철저한 주인의식을 갖고 중심을 바로 잡아 92년 대선 때처럼 다시 한번
민정계와 민주계가 힘을 합쳐 정권재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인론"을
제기했다.

이홍구 고문은 "세몰이나 지역구도로 가서는 바람직한 경선이 될수 없다"고
지적, "정책대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병렬 의원은 현 시국을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뒤 정책과제와 비전을
제시하며 대의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대회에 불참한 김덕룡 의원과 이인제 경기도지사는 각각 전.남북지부
정기대회와 제주도.부산시지부 정기대회에 참석, 지방 대의원 공략에 나섰다.

김의원은 "문민정부 1기가 끝내지 못한 개혁을 문민 2기 정부가 계승 발전
시키겠다는 각오로 대선에 나설 결심을 했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이지사는 "여야 정치인들이 지역주의에 편승, 패거리정치를 계속하면서
국가와 국민 나라를 내팽개치고 있다"며 "이제 새시대를 열수 있는 젊은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세대교체론을 역설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