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2일 대여 투쟁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소집한 전국지구당
위원장 회의에서 당초 의도와는 달리 당내 민주화및 당 노선의 변경을 촉구
하는 지구당 위원장들의 발언이 속출해 당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특히 서울 호남출신 지구당 위원장들은 그동안 누적된 불만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당 지도부를 맹비난해, 회의장은 주먹다짐까지 빚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이날 회의에서 이원범 김종학 의원 등은 "김종필 총재를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즉각적인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강병진 중랑을위원장은 "내각제를 추구하는 정당답게 당내 민주화도
이뤄져야 하며 특히 6.24 전당대회에서 대권과 당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재호 관악을위원장은 "TK(대구.경북) 출신의원들조차 포용 못하는
자민련이 어떻게 국민회의를 이길수 있겠느냐"며 "자민련은 충청도 정당으로
결코 수권정당이 될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흥분한 당원들의 욕설이 이어졌고 한 사무처직원은 김위원장의
멱살을 잡고 단상에서 끌어내는 추태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창덕 전남 당양.장성위원장은 "우리 당은 구 공화당의 썩어빠진
정당체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며 당 지도부를 비난한뒤 "이번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해 민주적 절차로 후보를 뽑아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위원장 등이 큰 호응을 보이자 이인구 조영재 정상천 의원
등이 나서 당운영보다는 대여투쟁에 초점을 맞추자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지구당 위원장 등의 발언이 끝나자 김총재는 "자민련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아 서글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전의 의지가 생긴다"며 내각제 구현을 위해
단합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국민회의와의 공조문제와 후보단일화문제 등에 대해 해명
하느라 정작 대여투쟁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못했다.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