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25일 청문회에서는 김씨의 증언 내용과
수위, 증언 태도 등이 앞으로 민심의 향배를 좌우하고 정국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집중.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48분께 검정색 30다4155호 쏘나타II 승용차를 타고
국회 의사당 본청 후문 출입구에 도착.

그러나 김씨가 도착한 직후 사진촬영을 위해 정한 "포토 라인"에 서지
않고 곧바로 의사당으로 들어가려 하는 바람에 사진기자들과 국회경위들
사이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소동.

또 이 소동중 김씨를 수행한 측근 윤성노씨가 얼굴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
되기도.

김씨는 국회 경위들의 보호속에 청문회장 옆 증인대기실에서 약 10분동안
머문뒤 10시5분께 청문회장에 입장.

<>.김씨는 현경대위원장이 증인을 부르자 경위와 측근들의 호위속에
왼손에 서류봉투를 든채 정면을 응시하며 청문회에 입장.

김씨는 현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차분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대며 인정신문을 마치고 증인선서후 곧바로 첫 질의자인
신한국당 맹형규의원의 신문에 답변.

현위원장은 청문회에 앞서 이례적으로 방청석에 대해 "옆에 앉은 분들과
대화하거나 회의장내에서 자리를 이동하는 행위로 회의가 방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정숙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한뒤 "위원장의 발언권을 얻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국회법에따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경고.

한편 이날 방청석에는 신한국당 박희태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정무
총무등 3당총무들과 국민회의 남궁진의원 등이 증인석 뒤편 방청석 첫번째
줄에 앉아 청문회를 지켜보기도.

<>.김씨는 야당의원들이 "문민정치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호되게 추궁할
할때는 감정이 격앙된듯 간간히 손수건을 눈에 가져가 참회하는 모습을
연출.

그러나 그는 국민회의 김경재의원이 테드 터너 미국 CNN회장을 만났을때
터너회장이 증인을 김일성의 아들 김정일로 착각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모처럼 활짝 웃으며 "그런 일이 있다"고 답변.

이날 김씨는 A4 용지 여러장 분량의 답변준비서를 증언대 위에 올려놓고
시간과 장소를 필요로 하는 질문이 나올때는 간간히 메모지를 살펴본뒤
답변하는 치밀함을 과시.

<>.김씨는 사전에 준비한 듯 김영삼대통령을 "대통령"이 아닌 "아버님"으로
일관되게 호칭하며 "아들" "학생" 이미지를 집중 부각.

또 박경식씨와의 관계에 대해 그는 "환자"와 "의사"로 접촉했다며 자신이
신장염과 전립선염을 앓았다고 털어놓기도.

한편 여야의원들은 다른 증인이 출석한때와는 달리 김씨에게 비교적 많은
발언기회를 부여하고 거의 답변을 중지시키지 않고 경청하는 등 나름대로
예우.


<>.김씨는 호텔롯데를 장인인 김웅세 롯데월드사장의 배려로, 중학동
사무실을 건물주의 도움을 덩어 공짜로 썼고 이 두곳에서 공부를 했을
뿐이라고 답변해 눈길.

김씨는 또 활동비를 포함한 한달 생활비로 3백만원가량을 쓰고 있으며
이 돈 역시 주로 할아버지가 준 것이라고 해명.

<>.김씨는 오전 청문회에서 "신한국당내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공천했을
것"이라며 인사및 공천개입을 부인했으나 오후 청문회에서는 "추천한 적이
있다"고 후퇴.

김씨는 더욱이 "(아버지를 돕는) 범위와 정도를 좀 넘어섰다"며 자신의
인사개입을 표괄적으로 인정하기도.

< 허귀식.김태완.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