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대선자금 공개와 관련해 아직까지 입장을 명확하게 정리하지는
않았다.

한보정국의 마무리 수순으로 정치권의 고비용구조를 타파하는 정치개혁을
추진하면서 대선자금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해야 하지 않느냐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오가고 있다.

과거의 대선자금 규모와 조달방법을 밝힌다는 차원보다는 앞으로 고비용
정치구조를 고쳐보겠다는 장치마련에 무게가 실려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청와대 관계자들
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너무 앞서 나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도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정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비서실장은 24일 "도대체 누가 청와대에서 그런 얘기를 했느냐"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데 어떻게 공개하느냐"고 흥분했다.

대선자금 공개문제는 워낙 폭발성이 큰 사안이기 때문에 최종 결심은
김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김대통령은 24일 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발언당사자인 강인섭 정무수석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간에는 김대통령이 한보정국을 마무리하면서 선거
공영제 등 정치풍토 쇄신방안을 발표할때 어떤 형식으로든지 대선자금에 대해
언급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우세하다.

과거의 잘못된 정경유착의 관행을 끊고 새로운 선거풍토를 정착시키자면서
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선자금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대선자금의 조달규모와 방법, 사용처 등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법정한도를 초과지출한 사실에 대해서만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방법은 고려해 볼수 있지 않느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