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8일 현행 선거제도와 정치자금, 정당운영 등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을 제의했다.

이대표는 이날 취임 한달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치권의 대대적인 쇄신"이라면서 정부와 협의해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바꾸기 위한 중기적 구조개혁과 각종 규제철폐 방안을 담은 "경제난국 타개와
21세기 대비를 위한 3개년 실천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표의 이날 회견은 국민적 통합을 호소하는데 주력, "투쟁과 미움의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꿔나가고 총체적 무기력과 좌절에 빠진
우리사회의 "기 살리기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창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이를 위해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민의식개혁 운동체를 발족해
그 산하에서 민주시민교육 등 각분야의 의식개혁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고
오는 2000년까지 3년간을 한민족 대약진을 위한 국민의식 개혁기간으로
선포할 것을 제안했다.

이대표는 그러나 한보문제와 김현철씨 처리문제, 92년 대선자금 처리방안
등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만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한보사태와 관련, "정치권은 또다시 도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면서
"아무런 성역없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그 진실이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대표는 "대선자금문제도 (검찰수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제기될지는
모르나 만약 제기된다면 민주주의국가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대해
"전.노씨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중이고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
면서 "재판도 끝나기 전에 사면을 얘기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대표는 이날 정부의 경제운용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을 표시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당정협의의 형태로 정부정책에 관여하고 대안을 제시할수
있으며 또 정부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협의하되 때로는 감시할수도
있다는게 그의 지적으로 한마디로 현재 정부정책이 미덥지가 못하다는 얘기
였다.

당초 회견문엔 담겼으나 회견직전 급히 삭제된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한 새로운 경제운용기조를 확립하지 못하고 당면한 경제상황에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정부주도 경제운용의 폐해와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대응으로 우리경제 앞날에 빨간불이 예고된지 오래"라는 부분은
경제팀에 대한 이대표의 비판적 시각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편 이대표는 공무원들이 골프를 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골프는 개인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고 또 국민오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현정부 출범이후 줄곧 견지해온 "골프 금지령"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