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홍구 상임고문은 24일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향후 몇년 동안은 현행 헌법이 우리의 권력구조상 가장 적합 것으로
보며 15대 국회말의 내각제로의 개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고문의 이같은 언급은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순수한 내각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고 신한국당의 이한동 고문이 이에 신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신한국당의 경우 이회창 대표를 비롯 박찬종 고문과 김덕룡 의원 등 대다수
의 대권후보들은 대통령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고문은 이날 여의도 동우빌딩 11층에 50여평 규모로 마련된 "이홍구
사무실" 개소식을 가진데 이어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에 일고 있는 권력구조
변경문제와 관련,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고문은 "여야의 대통령후보가 선거공약으로 "현행 헌법의 정신을 살려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국민들에게 밝히고 당선되면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고문은 야당측과도 대화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는 어디까지나 권력운용
의 문제이지 개헌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또 "15대 국회 임기말에 내각제 개헌을 한다는 것은 올 연말에 "2년
짜리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인데 이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문은 "권력운용상의 유연성 내지 내각제적 요소 존중"의 의미를 현실
정치에 적용할 경우 대통령이 집권여당이나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사를
국무총리에 임명함으로써 국가권력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폐단을
막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고문은 "당선된 인사가 이를 지키겠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약속을 지킬수
있는 사람을 국민이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 자신이 그같은 약속에 충실할수
있는 인물임을 은근히 강조했다.

이고문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가 현실적으로 대통령제를 선호하면서
도 현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형태에 상당한 문제점을
제기함으로써 야권과도 이문제를 놓고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대표가 현실적으로 내각제 개헌도 수용할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을수 있는 것이다.

이고문은 이날 산적한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두되집단으로
"시국을 생각하는 모임"을 구성키로 하고 상근 실무책임자로 이종율 전국회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이고문은 이어 내달중 국내 저명한 정치.경제.사회학자들과 제자들을 포함,
50여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당의 화합과 국가적 과제해결방안을 제시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고문의 사무실 개소식에는 이상득 전정책위의장을 비롯 이강두
정영훈 김형오 의원 등과 정치학계 후배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그가 이조 성종 왕자 영산군의 15대손이어서인지 영산군파를 비롯한
전주이씨 종친회 인사들이 많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