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고위당직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재개정된
노동관계법을 "90점 짜리"로 평가한 청와대 박세일 사회복지수석을
공개적으로 성토하고 나서 노동관계법을 둘러싼 박수석과 신한국당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박수석에 대한 인책론까지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강삼재 사무총장, 이상득 정책위의장, 서청원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자들은
11일 이홍구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노동법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 품평회는 무슨 품평회냐"며 박수석을 집중 성토했다.

노동관계법을 처리하느라 당이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 당 입장에서는
당초 노동법 파문의 불씨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박수석이 청와대에서
"몇점짜리" 운운하며 평가나 하고 앉아 있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당정이 힘을 모아도 난국을 헤쳐가기 어려운 시기에
분란만 조장하는 인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비분 강개해하기도 한다.

회의가 끝난뒤 당의 대외창구인 김철 대변인도 "노동관계법과 관련,
청와대 수석과 관계장관에 대한 당내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면서 "여야
단일안으로 처리된 노동관계법에 대해 "90점짜리"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관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김대변인은 또 "박수석의 발언중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협상중에
국민회의가 제시했거나 민노총이 주장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 많았다는
얘기까지 있었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김대변인은 이어 "이번 노동법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평지풍파를
일으킨 장본인이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노동법에 대해 품평운운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는 당3역의 일치된 성토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수석에 대한 불만은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회의가 끝난뒤 강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나설 자리에 나서야지..."라며
박수석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했다.

강총장은 "지난해말 노동관계법을 처리할 당시 소속 의원들은 호.불호를
떠나 당론에 따랐다"면서 "속마음이 어떻든 고생했다, 애썼다고 하는 것으로
끝내야지 평가는 무슨 평가냐"고 발끈했다.

그는 그러면서 "청와대 스태프들은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상당수의 평의원들도 노동관계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파문에 대해
담당수석비서관으로서 마땅히 책임감을 느껴야할 박수석이 제3자처럼
"잘했다, 못했다"고 발언하고 있는데 대해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한 의원은 "작금에 나타나고 있는 국정운영의 각종 난맥상이 그같은 일부
참모들의 경솔한 처신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한편 박수석은 이에대해 "노사 합의로 노동법개정안을 만들었으면 ''1백점''
수준인데 그렇지 않은 상황속에서 여야가 원만히 합의, 국회에서 처리한 것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의미에서 ''90점''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