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여야가 합의한 노동법 재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위한 합의"
(박인상 한국노총위원장)이자 "제 2의 개악"(권영길 민주노총위원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리해고등 소위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 재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국적인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타난 노동계의 이같은 반발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과연 전면파업이 올초처럼 노동법을 또 다시 바꿀 수 있도록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것.

이같은 시각은 우선 이번 재개정안이 여야의 합의로 나왔기 때문에 노동계
가 운신할 폭은 상당히 좁다는 데서 나온다.

올초 총파업때 여론이 노동자의 편에 섰던 데는 노동법 개정안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문제점이지만 여당의 기습처리에 대한 반발도 큰 역할을
했던게 사실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메이데이인 5월1일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지만 타깃이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라는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노동법 개정으로 얻을 것은 상당히 얻었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관계자는 "남아있는 독소조항은 분명히 제거해야 하지만 노동계도
얻은게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여론의 향배를 보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각 단위사업장의 임단협 일정을 당겨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독소조항 철폐투쟁으로 나간다는 방침아래 세부 전략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투쟁의 성공여부는 여론의 뒷받침에 달려 있다고 보고 앞으로
대국민 홍보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