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전 신한국당 대선주자들과
연쇄회동, 깊은 얘기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당정개편의 방향과
관련, 관심을 끌고 있다.

김대통령은 지난주 이한동 고문과 단독 회동한데 이어 지난주말 최형우 고문
및 김덕룡 의원도 개별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현 시국 전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기 직전인 이번주초 이회창 고문과도 단독으로 만나
시국수습책에 대한 견해를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구 대표와 이수성 국무총리는 주례보고라는 공식 채널로 만나 시중의
여론과 시국수습의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김대통령과 대선주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교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있다.

그러나 청와대 방문후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이 비교적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어 누구와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한동 고문은 청와대 회동후 매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26일 저녁 63빌딩에서 이국헌 김문수 안상수 홍문종 박종우 이사철
원유철 의원 등 경기도 출신 초선의원 1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향후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고문은 28일에는 권영자 김철 조웅규 오양순 황우여 김영선 의원 등
전국구 의원들과, 3월초에는 황학수 최연희 강현욱 송훈석 이완구 전석홍
의원 등 강원.충남.전남북 출신 의원들과 잇따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고문의 한 측근은 "이고문이 청와대 회동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김대통령을 만난 이후 이고문이 매우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회창 고문도 청와대 회동이후 당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고문은 27일 오후 열린 수원 장안 보궐선거 정당 연설회에 참석, 이호정
후보지지를 호소했다.

이고문은 특히 정당연설회에 앞서 오전부터 수원 현지에 내려가 선거대책
본부 관계자를 비롯한 당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민주계인 최고문과 김의원은 그러나 청와대 독대후 "칩거"의 인상을 줄
정도로 공개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최고문은 최근 국회와 동교동의 개인사무실및
구기동 자택만 오가고 있으며, 개인사무실 "덕린제"를 개소, 왕성한 의욕을
보이던 김의원도 공식 활동을 최대한 삼가고 있다.

최고문은 그러나 사석에서는 민주화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민주계가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강조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민주계 배제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선주자들의 이같은 최근 행태에 비추어볼때 김대통령이 이한동
이회창 고문에게는 "희망적" 언급을, 최고문과 김의원에게는 "당부성" 언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