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5일 한보사건과 관련, "이유야 어떠하든 이 모든 것은
저의 부덕의 결과로 대통령인 저의 책임"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대국민
사과입장을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오전 9시30분 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 "여야 중진 정치인뿐 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부패에 연루됐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서 입은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저를 더욱 괴롭고 민망하게 하는 것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 자식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만일 제 자식이 이번 일에 책임질 일이 있다면 당연히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며 "제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일체의 사회활동을 중단하는 등 근신토록 하고 제 가까이에 두지 않음으로써
다시는 국민에게 근심을 끼쳐드리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대통령은 또 "책임정치와 책임행정의 구현을 위해 정책차원에서
한보사건의 원인과 경위를 밝히고 관계자들의 정치적.행정적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대통령은 "우리는 오늘의 비상시국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남은 1년동안 추진할 4대국정지표로 <>부정부패
척결 <>경제살리기 <>안보태세강화 <>공정하고 엄정한 대선관리 등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한 경선과정이 되도록 하겠다"며 "저는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김대통령은 이밖에 부정부패의 지속적 척결을 위해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 <>금융개혁 가속화 <>정경유착과 금권정치 근절 <>인사개혁 단행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사개혁과 관련, 김대통령은 "깨끗하고 능력있는 인재들을 광범위하게
구하여 국정의 주요 책임을 맡기겠다"고 밝혀 조만간 청와대를 포함,
전면적인 당정개편과 이에 따른 인사쇄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이어 "노동법개정 처리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노사 의견도 균형있게 반영한 훌륭한 법률이 여야합의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라도 우리의 안보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안보태세를 총점검하고 민.관.군 총력
안보체제를 재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광일 청와대비서실장을 비롯한 전수석비서관들은 이날 김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한후 "대통령을 잘못 보필한데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이 전했다.

이홍구 대표 등 신한국당 당직자들도 이날오후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