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는 지난 4년동안 "역사 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 도입 등 뚜렷한
성과를 남긴 동시에 잦은 시행착오, 개혁추진세력의 소수성 등으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해 개혁정치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평가는 신한국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소장 윤영오)가 24일 창립
2주년을 맞아 개최한 "문민정부 4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의 국제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국내외 학자들로부터 제기된 것으로 이날 세미나에서는
예상외로 강도높은 비판과 지적이 잇따랐다.

먼저 경제분야의 첫 발표자로 나선 유장희 이대 국제대학원장(전 대외경제
정책연구원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개혁 <>금융 실명제및 부동산 실명제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와
함께 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유원장은 "문민정부 경제정책의 첫 틀은 신경제였으나 이것이 세계화로
바뀌었고 뒤이어 21세기 장기구상, 경쟁력 10% 제고방안 등이 등장했다"면서
"구체적 실천계획이 자주 바뀌는 것은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정책의
추진력을 상실시킬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원장은 또 "정부의 노동법 개정이 협조적인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탄력성
제고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국민적 합의가 도출되기전에
성급히 추진돼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노동자 입장에서의 유연성 제고와 병행돼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아이스너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서도 고속
경제성장과 저실업율을 유지한 한국경제는 미국에게도 교훈이 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 문민정부의 향후 과제로 <>성장주도정책 유지 <>재정정책을
통한 투자활성화 <>적극적인 외국투자유치 등을 주문했다.

이어 정치분야에서 한배호 세종연구소장은 "문민정부는 역사 바로세우기,
군부의 탈정치화, 지방자치제 부활, 공작정치 청산및 여론정치, 정당정치의
활성화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는 민주화를 달성했다"며 "이는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개혁정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소장은 "그러나 개혁원론에는 동의하나 개혁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적
인 평가도 있다"면서 "이는 <>개혁이 치밀한 계획이 없이 추진된 결과 개혁
대상의 범위가 너무 넓었고 <>개혁추진의 주체가 대통령과 그주변의 핵심
참모들로 협소하게 구성됐으며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한소장은 "특히 문민정부는 15대 총선후 부정선거문제를 처리하면서 다수
의석 확보에 치우친 나머지 편파적인 해결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나타니엘 테이어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고 전제한뒤 "김영삼 대통령이 후계자 선정에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방안을 도입한다면 김대통령의 명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해 대권후보
선정문제가 문민정부의 향후 최대 과제임을 시사했다.

<문희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