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을 둘러싼 정치공방을 벌이던 여야는 13일 북한 노동당 황장엽
비서의 망명이라는 초대형 사건이 터지자 황비서의 망명이 한보정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신한국당은 황비서 망명이 "한보 수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반면 한보호재를 활용, 대여공세에 피치를 올린던 야권은 "또
북풍이냐"고 아쉬움을 느끼는 표정이다.


[[[ 신한국당 ]]]

신한국당 당직자들은 "황비서 망명이 한보사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도 내심 국면전환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 고위당직자는 "황비서 망명은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여야의 정쟁이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망명사건이 한보한파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토로했다.

신한국당의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김철 대변인은 고위당직자회의를
마친뒤 "오늘은 발표할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연일 계속되던 야당과의
한보공방을 중단하기도 했다.

신한국당은 황비서 망명으로 베일에 싸인 평양권부의 실상이 점차 드러날
것으로 보고 황비서를 안전하게 서울로 데려오기 위한 중국과의 외교절차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상득 정책위의장은 "황비서의 북한내 위치로 볼때 그가 갖고 있는 정보나
자료의 질과 양은 대단할 것"이라며 황비서의 망명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한
당정간의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을 강조했다.


[[[ 야권 ]]]

국민회의는 황비서의 망명을 "중대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정부여당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면서도 정치적 고비때마다 돌출하고 있는 "북한변수"에 당혹감
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한보사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한보사건과 망명사건을
분리대응키로 하고 한보사건과 관련, 검찰의 청와대비서실에 대한 조사촉구와
홍인길 의원 수사의혹을 제기하는 등 대여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황비서 망명사실이 망명요청 7시간만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배경, 황비서 자필귀순편지의 신빙성 등에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망명사실 공개절차와 귀순편지 진위여부에 대한 정부측 해명을 요구했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국측이 황비서의 망명사실에 대해
비밀유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정부가 7시간만에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외교관례에 정면 어긋난다"며 발표경위의 해명을 촉구했다.

양당은 특히 황비서의 귀순편지 내용중 "강력한 여당건설과 안기부강화"
부분에 대해 "편지작성에 안기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 김영환 정세분석실장은 "한보사태 때문에 망명사건이 일어났다고는
보지 않으나 정부여당이 이 사건으로 한보의 본질을 흐트리려 할 경우 국민
불신과 반발이 증폭될 것"이라며 정부의 대응자세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무엇보다 검찰의 한보사건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드는
움직임을 보이자 "청와대 비서실과 민주계 핵심인사들에 대한 조사없이는
한보사태의 진실을 밝혀질수 없다"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특히 "성역없는 조사란 대통령과 대통령의 아들까지도 예외가
될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여공세의 화살을 청와대로 겨냥했다.

정대변인은 또 홍의원에 대한 수사와 관련, "홍의원이 검찰에서 한보 대출
외압과 관련한 명단을 진술했다는데 한보 의혹 몸체의 실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홍의원의 청와대 총무수석때 한보 돈 수수 여부 <>홍의원이
받은 8억원의 사용처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의 설득내용 등에 대해서도
진상해명을 요구했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