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현재 곧 폭풍이 불어닥칠 것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김대통령은 별다른 이유없이 일정을 대폭 단축, 깊은 장고에 들어갔다.

김대통령이 장고끝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참모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무엇인가 커다란 구상을 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현 상황이 집권이후 최대 위기인데다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시점에서
는 승부수를 던져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23일 한보사태가 터진 이후 외부인사와의 공식일정을
대폭 줄였다.

3일 오후에는 국내 최초의 외국어 전문방송인 아리랑TV 개국행사에 참석
하려던 일정도 오전에 갑자기 취소, 이수성 총리를 대신 보냈다.

또 이번 설연후도 예년처럼 휴양지인 청남대로 내려가 쉬지 않고 청와대에서
보내기로 했다.

3월초의 유럽순방을 외교상 결례를 무릅쓰고 취소한데서 엿볼수 있듯이
민심수습과 정국안정을 위해 "몸을 던져" 애쓰고 있는 모습이다.

공식일정을 대폭 줄였지만 각계 각층의 인사들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정국
수습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의 한보수사가 일단락되고 의견수렴이 끝나면 곧 바로 대대적인
국정쇄신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생각할수 있는 국정쇄신책으로는 대대적인 당정개편이다.

이와관련해 여권의 대권구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계획했던 정국운영전략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얘기했던 "당정개편은 없다"는 말은 이제 효력이
없어졌다.

당시만해도 5월 당정개편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3월위기설이 나오는 마당에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또 여권내에서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를 겪으면서 당 지도부및 청와대
참모진의 인책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당정개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개편시기와 폭이다.

개편시기는 검찰수사가 마무리되고 노동법과 한보사태를 다루기 위한 임시
국회가 끝나는 시점에 단행될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김대통령 취임 4주년인 2월25일 이전도 예상되고 있으나 임시국회 소집이
다소 늦춰지고 3월5일 인천 서구와 수원 장안구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어
3월5일이후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개편의 폭은 "책임론"과 관련, 당과 정부뿐만 아니라 청와대수석, 안기부장
등 대폭 쪽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관심은 이수성 총리의 당 진입 여부.

이총리가 당으로 진입할 대선구도와 맞물려 정국은 바로 대선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면전환을 위한 대권후보의 조기가시화를 인정하는
셈이다.

대권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하는게 효율적이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김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국정쇄신책 중에는 또 한보수사를 통해 측근을
포함한 강력한 사정으로 정치권의 물갈이를 유도한다는 것도 포함될수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보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정치관행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다.

야당의 두 김총재까지 일선에서 후퇴시킬만한 세대교체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뒤흔드는 승부수를 던지는 길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결연한 각오로 무엇인가 커다란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대통령의 정국수습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