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파동과 한보사태의 해법을 놓고 여권 수뇌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신한국당내 초선의원들의 모임인 시월회(총무 유용태)가 3일 "집단적"
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 그 배경과 파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 초선의원 45명 가운데 30명이 참석한 이날 모임은 당초 당 지도부의
곱지않은 시선으로 무산될 듯하다 예정대로 이뤄졌다.

이들은 무려 4시간여의 난상토론이 끝난뒤 외관상으로는 한보사태에 대한
김영삼 대통령의 "엄정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보사태를 철저히 규명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김영삼 총재의 결연한 의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이 사건
척결이 국정쇄신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적자와 장기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그리고
현재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지도층부터 근검 절약의
솔선수범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야당은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법에도 없는 조건을 내걸어 임시국회
를 더이상 지연시키지 말고 하루속히 국회에 들어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
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당 수뇌부와 일부 중진의원들의 "여권은 물론 국가적
으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서는 각자 생각이 다르더라도 난국을 풀어나가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볼수 있다.

이들의 결의문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대통령에게 한보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우회적으로 촉구함과 아울러 관련자들에 대한 예외없는 처벌을
요구했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또한 "나라가 어려울수록 당을 더욱 민주화 활성화 시키고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 국민여론이
국정수행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문제점
이 있다는 점을 세차게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이같은 지적은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새정치를 위한 "물갈이" 필요성
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어 그 파장이 의외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모임은 또 과거에 예에서 종종 찾아볼수 있는 "여권 핵심부의 뜻"을
받드는 형태의 모임 차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초선의원들 스스로가 "정치적 공멸"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특히 신한국당내의 말없는 다수 의원들의 입장이나 정서가 이들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어서 이들의 "집단행동"은 여권핵심부가 한보사태를 매듭짓는
"수준"과 나아가 그 이후의 당 운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한보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거명되고 있는 일부 차기대권주자들과 이들
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찬종 이회창 상임고문 등
영입파 인사들간에 갈등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맞물릴 것이기 때문
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