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총재는 김영삼대통령의 연두회견 이틀만인 9일 야당총재로서는
처음으로 연두기자회견을 갖고 강도높은 대여비판과 함께 정권교체와
내각제개헌을 강조했다.

물론 김총재는 회견문의 절반가량을 어려워진 "경제"에 할애하며 "경제
비상대책회의"을 구성하고 난국타개를 위한 영수회담개최를 제의하기도
했으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궁극적인 길은 정권교체다"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대통령제인 정부형태와 정권의 능력부재에
있다"라는 대목에 더 무게를 뒀다.

이같은 대여비판과 정권교체 목표설정은 자민련의 존재의의를 명확히
함으로써 지난해말 집단탈당사태로 고조된 위기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는 최대관심사인 야권후보단일화에 대해서도 언급했으나 특별히
새로운게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김총재가 12월대선을 "3김의 마지막 대결"로 규정하며 제3후보론을
일축한 대목은 6월전후로 잡고 있는 전당대회에서의 경선과 민주당 통추
등과의 제휴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풀이돼 제3후보론에 기대를
걸고 있던 당안팎 일부세력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가 자신이 순리대로 살아온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단일화도
순리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점은 듣기에 따라 막판에 불리하다고 판단
되면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그러나 이 역시 김총재 지론인 "순리론"을 다시 강조한 것일뿐이라는
분석이다.

안택수 대변인도 이날 회견문중 "금년에 우리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반드시 집권할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집권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앞으로 할 일에 관해 몇가지 언급했다.

우선 김총재는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국민회의측과의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는 이날 "김대중총재와 얘기해본 적이 없으나 국민회의측도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한 내각제에 대해 시기만 다른뿐 별 차이 없는 입장인
것으로 듣고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국민회의
김총재의 진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직접 접촉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
했다.

김총재는 또 여권내 일부를 포함한 내각제지지세력과의 접촉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총재는 여야관계가 어느정도 복원돼야 여권내 인사와의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금은 여당과의 관계가 냉각돼 쉬고 있으나 앞으로 여든 야든 만나겠다"
고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김총재의 이날 회견에 대해 여권은 예상대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여권인사들은 내각제주장에 대해서 "시대착오적 발상", 대여비판에
대해서는 "외환을 일으켜 내우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이라고 각각 비난했다.

반면 국민회의측은 김총재의 이날 회견내용에 "구구절절이 옳은 얘기"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런 국민회의측 시각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김대중총재의 연두기자회견
에서도 화답하는 형식으로 재확인될 전망이다.

김대중총재 역시 후보단일화문제에 대해서는 김종필총재가 이날 새로운
얘기를 별로 한게 없는 만큼 종전과 같은 원칙적 수준에서 언급하고 대여
공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대통령과 야당총재의 연두회견은 현정국을 푸는 돌파구라기보다는
각당 수뇌부에 의한 대결선언으로 그 의미가 규정될 듯하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