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차기대권후보에 대한 이른바
"김심"이 거의 정해져 있음을 시사하면서 대권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것임을 분명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굳이
부인을 하지 않으면서 "너무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 얘기하는 것"이라며
"다음에 얘기하겠다"고 "김심"의 일단을 내비쳤다.

김대통령은 이어 "신한국당 대선후보는 전당대회에서 결정되겠지만 당총재
로서 분명한 입장을 당원과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해 "김심"은
발표시기만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언질은 일단 여권내 대권주자들을 자신의 구상에 따른
정치일정에 맞춰 확실하게 "관리권"내에 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내 경선과정에서 "김심"을 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당내 대권
주자들이 "김심"을 거스를 경우 차기후보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동시에 앞으로도 당운영을 계속 주도하겠다는 의사의
표명이다.

이는 김대통령이 이날 대권후보논의 조기가시화 불가방침을 거듭 강조하면서
"신한국당 후보를 선출할 전당대회는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적당한
시기에 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특히 "전당대회가 늦지 않은 시기에 열릴 것"이라는 언급은 "후보선출을
너무 늦게 하는것이 아니냐"는 뜻을 공식.비공식적으로 표명해왔던 대권주자
들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배려로 보여진다.

여권내 대권주자들은 대권문제와 관련한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중 특히
"김심"부분에 대해 "거의 골격이 잡힌 것 같다"며 의중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박찬종 고문의 한 측근은 "김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음의 일단을 연 것"이라고
큰 관심을 보였고 이한동 고문의 측근도 "김심이 이미 정리된 것 같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대권주자들은 또 김대통령이 언급한 전당대회의 "적당한" 시기에 대해서는
8월말~9월초로 해석하면서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영입파에 속하는 한후보의 측근은 이에대해 "이제까지 7월이전은 좀 빠르지
않느냐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 "정기국회 개회일이 9월10일인 점을 고려할때
전당대회 시기는 여름휴가가 끝나는 8월25일 이후에서 정기국회 개최전인
9월초가 될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김대통령이 대권후보논의 불가입장을 거듭 강조한것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취지에 동감하면서 "이미 실질적으로 후보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
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정도의 "대권행보"에는 그다지 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어 김대통령이 이수성 총리의 정치권 진입문제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총리가 총리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 만큼 당정을
개편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박은데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이총리의 당고문 또는 당대표 취임을 내용으로 당정개편을
단행함으로써 여권내 대권주자들에 대해 인위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을 일축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이른바 "9용"으로 불려져왔던 대권후보군이 사실상 소폭으로
좁혀졌음을 공식화한 것인 동시에 대권후보는 미지의 "제3의 후보"가 아니라
이들 후보군에서 나올 것임을 공언했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차기대권후보의 자질로 든 추진력과 능력 깨끗한 도덕성 등
에서는 대권주자들의 각 진영에서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김심"
과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자신하고 있다.

박고문 진영에서는 "가능하면 금융개혁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히고있다.

대권문제와 관련한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만으로는 여권의 대권구도를 상정
하기는 아직 어렵다.

또 "김심"도 상당히 구체화돼 있다는 시사만 있을뿐 어렴풋하게라도
"밑그림"을 그릴수 있을 만큼 충분치는 않다.

이에 따라 대권주자들은 "김심"이 보다 가시화될 때까지 당분간 수면하의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권주자들의 각 진영에서는 김대통령의 이날 회견내용이 전체적
으로는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들어 대의원들과의 접촉 등
예정된대로 준비작업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대권주자들의
암중모색은 계속될 전망이다.

< 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