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나타난 김영삼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경제회복과
안보태세 확립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회복이다.

올해의 경제성적표가 문민정부의 실적을 사실상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고, 올 연말 대선에서 경제문제가 최대의 정치이슈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제시한 경제회복에 대한 해법으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업의 활력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경제회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의 주체인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올해는 무엇보다 기업환경을 획기적
으로 개선하여 우리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우고 우리나라를 세계 모든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규제완화와 기업환경개선에 관한 얘기는 수없이 많이 해왔지만
이처럼 기업의 활력을 직접 강조한 것은 이례적으로 경제회복이 이제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의 기업우선 관점은 최근의 노동법개정에 따른 노사관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수 있다"며 "곳간에 쌀이 있어야
분배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기업들이 노사분규로 모두 외국으로 나가면 우리나라에는 빈 껍데기만
남지 않느냐"고 반문, 기업들의 생존을 분배보다는 우선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직은 우리경제가 "파이"를 나누는데 신경을 쓰기보다는 "파이"를 키우
는데 역점을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견에서 새로 발표된 "금융개혁위원회"설치도 이같은 기업살리기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부문중 가장 낙후된 금융부문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기업에 값싼
자금을 공급하지 못하고 기업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는 현실인식이
작용하고 있다.

금융개혁위원회는 고객중심, 수요중심의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존의 금융관행을 타파하고 금융기관간 영역을 재조정하는데 단기적인
역점을 둘 방침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간 흡수, 합병 등을 통한 금융산업개편의
청사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은 이와관련, "정부는 노사관계개혁에 이어 금융
개혁을 문민정부의 마지막 개혁과제로 삼고 있다"며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회견에서 김대통령은 그동안 강조해온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을 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회견의 정치부문과 관련, 눈에 띄는 대목은 신한국당의 대선후보에
대해 당총재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겠다고 선언한 부분이다.

이는 여권의 대권후보군을 계속 관리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또 대권후보들이 마음대로 행동하다가는 눈밖에 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한국당 대권후보들의 김심살피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여권의 숨겨진 카드로 오르내리던 이수성총리에 대해 "총리로서 일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언급, 일단 이총리의 대권후보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남북간 협력이 북한의 태도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한 획기적인 대북지원정책은 없을 것
임을 분명히 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