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23일 단독으로 소집한 제1백82회 임시국회는 안기부법및 노동
관계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야당의 실력저지로 첫날부터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파행운영됐다.

신한국당은 이날 안기부법 개정안 등의 연내처리 방침을 재확인하고 본회의
개회를 강행하려 했으나 자민련 집단탈당사태 등으로 극한 감정상태에 있는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은 의장실과 본회의장 등을 원천봉쇄, 본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또 이날 열린 환경노동위에서도 신한국당 소속의원들은 노동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야당소속의원들이 잇따른 의사진행발언으로 회의
진행을 지체시켜 회의가 정상 운영되지 못했다.

여야 3당 총무들은 이날 국회가 파행운영되자 잇달아 회동을 갖고 안기부법
개정안 등의 원만한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했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 이번 임시국회는 한동안 공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회담에서 신한국당 서청원 총무는 "임시국회 소집은 국회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이라며 예정대로 본회의를 개회할 것을 촉구했으나
국민회의 박상천 자민련 이정무 총무는 "신한국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임시
국회는 인정할수 없다"며 본회의 개회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은 이날 이홍구 대표 주재로 고위및 확대당직자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야당측이 구태의연안 대여정치공세에 치중하고
있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안기부법등을 연내 처리할수밖에 없다는 당론을
거듭 확인했다.

신한국당은 특히 야당이 임시국회 소집에 계속 불응할 경우 단독으로
본회의를 여는 등 강행처리를 위한 수순에 돌입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임시국회를 원천봉쇄하는 등 부정적
태도로 임해 유감이지만 임시국회를 하루빨리 정상화해 모든 문제를 연내에
처리해야 할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는 특히 "안보태세를 보완하는 문제는 더이상 기다릴수없이 시급하며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것 또한 더이상 늦출수 없는만큼 관련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할 것"이라며 야권이 임시국회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노동법 개정안의 경우 일단 여야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을 상정, 토론과 심의를 벌여나가기로 했으며 국회차원
에서 24일 오전 각계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키로 확정했다.

신한국당은 또 이미 국회본회의에 상정돼있는 안기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야당의 강경저지방침을 감안, 노동법 개정안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강행처리를 미루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서총무는 "지금 야당의 공세적 태도로 볼때 바로 안기부법 개정안
을 처리할수 있겠느냐"고 말해 일단 야당을 "달랜뒤" 처리할 방침임을 시사
했다.

신한국당은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국회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의 청와대 만찬
계획을 국회일정관계로 취소시켜 최소한 성탄절(25일)까지는 여야합의처리에
주력할 뜻임을 비쳤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날 본회의 개회에 앞서 국회에서
합동의총을 열어 자민련의 집단탈당을 "여권의 정치공작"으로 규정, 안기부법
과 노동법 개정안의 연내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결의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경우 신한국당의 연내강행처리는
강력히 저지하되 내년 1월21일까지로 돼있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중 여야3당의
공동안처리를 제의, 여야협의에는 응할 뜻임을 밝혔다.

이날 합동의총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최각규 강원도
지사 등의 탈당은 여권의 정치공작 때문"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면서 양당
연대를 통한 입법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특히 김종필 총재는 "신한국당은 자민련을 1차적으로 부수고 2차적으로
야권을 부수려 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야권은 절단나고 내년 선거는
하나마나가 될 것"이라고 여권을 성토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같은 강경대응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한국당이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안기부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하지 않을 것을 보장할 경우 이번
임시국회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협조할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절충결과가 주목
된다.

<문희수.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