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27일 당무회의에서 이달초 자민련 김용환 총장과의
"목동 비밀회동" 전말을 공개하며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문제에 불을 댕겼다.

김총재가 이날 후보단일화 구상의 일단을 내비치자 당내 경선출마를 공식화
한 김상현 지도위의장이 정면으로 반박했고 자민련도 "단일화 주체는 JP"라고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등 당 안팎에서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김총재가 후보단일화 문제를 최고 의결기구인 당무회의석상에서
공론화함에 따라 향후 자민련 김종필 총재및 민주당 재야세력의 행보에 더욱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김총재가 사실상 비밀에 부치기로 했던 "목동 회동"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것은 회동자체를 둘러싼 당 안팎의 온갖 추측을 털어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 내외의 기류를 감지해 보려는 의도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여론풍선을 띄워 본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김총재는 이날 오전 당무회의에 참석, "보고사항이 있다"며 운을 뗀후
"목동 회동"의 전말을 소상히 공개했다.

정동영 대변인이 당무회의에 참석한후 전한 "목동 회동"의 성사는 지난 10월
현불사 호국영령 위령제에서 김총재와 조우한 자민련 김총장의 접촉 제의가
계기가 됐다.

회동의 주제는 내각제를 고리로 한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였다.

김총재는 사실상 김종필 총재의 칙사격인 김총장에게 예의 "시기상조론"을
들며 논의의 시점을 내년 중반쯤으로 미루는게 좋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전했다.

그 이유로 국민회의가 지난 15대 총선에서 대통령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점을 들었다.

따라서 내각제는 16대 국회에서 국민의 동의를 받을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김총재는 이날 회의에서 야권공조에 대해 "그동안 우리당은 자민련과의 공조
체제를 성공적으로 해왔다"며 "내년 대선에서도 반드시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사람이 여럿 있다"고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자신의
객관적 무게를 은근히 과시했다.

김총재는 그러나 "국민여론 70%이상이 야권공조를 희망하고 있고 야권공조는
민주당 통추 재야를 포함하고 있다"며 "국민여론이 지지하고 있는 야권공조는
자민련만을 대상으로한 것은 아니다"고 통합의 범주를 자민련으로 국한시키지
않겠다는 여운을 남겼다.

"내각제를 고리로 한 자민련과의 후보 단일화"라는 김총재의 대권구상에
대해 김상현 지도위의장이 기다렸다는듯 반기를 들고 나왔다.

김의장의 반격 논리의 핵심은 자민련이 야권통합의 우선 파트너가 될수
없으며 통합의 촉매제도 내각제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

김의장은 "지난 총선에서 개헌저지선 3분1 의석 확보를 주장했다가 이제와서
내각제를 주장해서는 안된다"며 "내각제로 공조해 단일후보를 내더라도 집권
가능성이 있는지는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장은 내각제가 부상할 때는 자민련의 위상만 강화시켜 자민련이 얻게될
"반사이익"을 경계했으며 야권통합은 민주당을 포함한 민주세력과의 선통합이
전제되는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김의장은 야권단일화 논의가 막후에서 이루어지거나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는
것은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며 "목동 회동"을 겨냥하기도 했다.

김총재와 김의장의 공방은 "내각제문제는 충분한 토론을 거쳐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의 정리로 일단락됐지만 다시 불거질 잠복성
소재로 남을 전망이다.

김총재의 "목동 회동"공개는 회동결과를 김종필 총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자민련에 대한 상당한 불만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총재가 당무회의에서 "야권통합대상이 자민련만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목동 회동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내년
6월쯤부터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벌써부터 주도권
다툼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