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동의안을 다루기 위해 열린 국회통일
외무위는 예정된 안건의 심의보다 전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있었던 한미정상
회담결과에 대해 여야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특히 자민련의 이동복의원은 박관용위원장이 안건을 상정하자마자 발언권을
얻어 "4자회담과 북한의 사과및 재발방지책 제시를 분리한다"는 한미정상
회담 결과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라며 포화의 도화선을 제공했다.

또 신한국당 중진인 이만섭의원은 야당의원 못지않게 정상회담결과를 강도
높게 성토, 눈길을 끌었다.

이동복의원은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충격적인 뉴스"라며 회의분위기를
치고 나왔다.

이동복의원은 "어제 한미 양국간의 공동언론 발표문은 그간 김영삼대통령과
정부가 밝혀 왔던 대북정책과 궤를 달리한다"고 주장하며 정부측 설명을
요구했다.

이동복의원은 김대통령과 정부는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잠수함사건에 대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받지 않고는 4자회담및 경수로지원을 않게다고
공언해 놓고 이제와서 연계방침을 후퇴한 것은 실망스런운 일이라고 개탄
했다.

이동복의원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정부가 원칙을
포기한 것 아니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당혹감을 준 외교성과"이라며
정부측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지그시 눈을 감고 야당의원들의 발언을 묵묵히 듣고만 있던 이만섭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의원은 "이 문제에 여야가 없다"며 "어제 합의내용은 기존 정부의 입장
에서 한발 후퇴한 인상을 주고, 특히 액센트가 4자회담의 필요성에 주어져
있다"고 흥분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이의원의 질책인지라 훨씬 무게가 실렸다.

결국 통일외무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호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