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5일간에 걸친 대정부질문에 이어 1일 문화체육공보위가 공보처
예산안에 대한 보고를 들은 것을 시발로 오는 4일 예결위를 가동하는 등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돌입한다.

올 정기국회 예산심의는 특별한 정치적인 돌발사건이 없어 여야간에 계수
조정 정도로 쉽게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는 하나 내년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대선관련 "선심성 예산"에 관한 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권은 대선 득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인 일부 "정치적 예산안"
을 지켜야 하고 선심성 예산이라고 정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야권도 사실
은 텃밭에서의 지역사업 등 나름대로의 정치적 예산을 얻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사회간접자본이나 새마을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 예산지원부분에 대해
야권이 공조, 여당에 "선심용" 공세를 벌일 것으로 보여 이 분야 예산배정이
예산심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직접 예산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비준
동의안 처리문제 <>안기부법 개정 <>방송법 개정안 <>검경 중립화 등
정기국회에 상정돼 있는 몇몇 민감한 사안들도 예산심의와 연계돼 진통과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도 1일 오전 신한국당 당사를 방문, 이홍구
대표위원과 이상득 정책위의장을 만나 예산심의문제를 숙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반적인 예산심의에 관한 문제가 거론됐고 특히 OECD 가입
비준동의안 처리문제와 관련, 야권의 협조를 구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부가 확정,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은 일반회계 예산과 재정
투융자 특별회계를 합해 모두 71조6천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13.7% 늘어난
규모이다.

새해 예산은 최근 경제난을 감안,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증가를 억제한
대신 경제 체질 개선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간접자본 시설및 환경
문화부문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는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심정구 예결위원장도 "재정규모 증가를 최근 수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편성하고 경상경비 증가를 억제하는 등 정부가 절약과 생산성 향상에
솔선수범하는 노력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가 선심성 예산부분에 대한 삭감을 내세우고 있는데다
자민련도 전체적으로 3조원은 반드시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예산총액
규모 증감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회의 예결위 간사인 이해찬의원이 "현실성없는 예산삭감 주장보다
는 항목별 조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데다 자민련도 과거의 사생결단식
예산투쟁은 자제할 뜻을 비추고 있어 예산총액을 둘러싼 여야간 큰 충돌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보다 24% 늘어난 10조1천억원으로 새해 예산의 14.2%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확충예산은 내년 대선과 관련, 여야간에 가장 첨예한 의견대립
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타파를 위해 경부고속전철사업 등 대형사업에
대한 예산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국민회의는 "대선용"이라며 이같은
예산은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 지원에 쓰여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련도 오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비, 경부고속철도와는 별도로
부산-대구간 전철화사업을 위한 별도 예산을 책정한 것은 대표적인 불균형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30억원)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10억원)
자유총연맹(10억원) 등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 역시 적지 않은 공방을
가져올 것이 확실하다.

야권은 소위 국민운동 지원명목으로 내무부가 지자체에 지원하는 60억원이
실질적으로 이들 관변단체에 돌아가는 것이라며 대선을 앞둔 편법 관변단체
지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신한국당은 국가이익과 사회봉사 목적에 부합되는 경우에 한해 교육
훈련비나 경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선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곡수매가및 수매량과 관련, 신한국당이 수매가 7% 인상을, 국민회의가
10%이상 인상을 각각 주장하고 있으나 여야 모두 WTO 출범이후 농어촌의
달라진 현실을 인식하고 있어 예년만큼 큰 의견차이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국방예산의 경우 신한국당은 최근 북한도발 등과 관련, 13.5%늘어난
2천억원 정도는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당내 이견과 재경원의 반대
등으로 12%선에서 늘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회의는 삭감보다는 군사기 앙양 분야에 우선 배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자민련은 예산증액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올해 예산심의는 총액이나 분야별 삭감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은
예년보다는 치열하지 않을 것이나 대선을 앞두고 있어 각 정당은 내년의
"표"와 예산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에 심의의 촛점을 맞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