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간 미주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민주당 이기택총재가 남북문제를
고리로 적극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총재는 21일 당사에 출근, 버클리대 스칼라피노교수 등 한반도
전문가들과 만나 남북문제에 대해 주고받은 얘기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이제 남북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이날 "북한은 경제파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개혁 개방을 해야
하지만 이경우 체제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남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면서 "북한의 급격한 체제붕괴를 막고 대화를 이끌어 낼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주 방문에서 "3김정치의 타파"를 주제로 교민들에게 강연하는 것
이외에 대부분의 일정을 스칼라피노교수와 랜드연구소 연구원 등 한반도문제
전문가들과 토론하는데 할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창성 부총재는 "이제 민주당은 통일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3김정당보다
더 뚜렷한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해 민주당이 하반기 정국에서 통일
문제에 상당히 역점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총재는 이제 북한과 통일문제를 직접 논의할 지식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분당이전부터 추진해온 방북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총재는 정치권에서 통일문제의 공론화를 선도, 3김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오는 8월말까지 전국 지구당및 시도지부에
대한 조직감사를 마무리한뒤 9월말까지 지구당정비를 완료하는 등 당체제
정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또 다음달 5일에는 전국지구당 위원장회의를 열어 당의 단합도 시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이같은 구상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정치권에서 종속변수로 밀려나
있는데다 한동안 잠복해 있던 당내 개혁그룹의 이탈현상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기 전 공동대표 제정구 김홍신 이수인의원 이철 노무현전의원 등
개혁그룹은 내달 중순 가칭 "국민통합운동 추진회의" 결성을 목표로 오는
주말 전북 무주에서 1백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합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