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연구원 (KMI)은 얼마전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장미빛 미래상을 담은 장기정책구상을
내놨다.

KMI는 이 구상에서 오는 2020년이면 선박의 매매 용선 화물중개
선박금융 등 해운관련 서비스기능이 집약된 서울 국제해운거래소가 생기고
국제해사중재원 세계해운보험클럽 국제선박등록기관 국제해사대학도
들어서는 등 한반도가 세계해운 중심국가로 자리잡게 될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우리나라 총지배선대는 모두 5천4백만t에 달하고 국적선사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적인 거대선사로 탈바꿈하는 한편 동북아
중심항만인 부산항과 광양항으로부터 5대양6대주로 뻗는 세계 정기선항로가
그물처럼 연결된다는 것이다.

조정제 KMI원장은 이 구상이 실천단계에까지 이르기 위해 반드시
선결되어야할 전제조건으로 규제완화를 꼽았다.

"해운산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산업인만큼 외국에 비해 금융 세제 등
각종 제도적 측면에서 최소한 불리하지 않아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세계무역기구 (WTO) 체제출범과 개방적 지역통합경제 진전에 따른
국내외 시장개방 확대로 각국 선사간 무한경쟁이 예견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해운산업의 글로벌경영과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는 규제와
관행을 과감히 개혁하는 것이 급선무라는게 조원장의 지적이다.

과거 정부가 자율경쟁에 입각한 책임경영풍토 조성이라는 시장경제
기본질서를 무시한채 인위적으로 해운산업합리화를 추진하면서
선박도입제한 신규진입금지 등 각종 인.허가정책을 획일적으로 강요한
탓에 업계가 세계해운경기변동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은 규제의
폐해를 대변해주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도 신설 해양수산부가 펼쳐야할 해운산업 세계화 및
육성방안은 다름아닌 규제완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등록제를 국내 해운시장의 대외개방에 앞서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신고제로 전환, 진입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국적선사의 해외
현지 법인 설립에 대한 허가요건을 대폭 완화하되 현지법인의 선박소유를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것이 그 골자다.

특히 가장 적극적으로 규제완화가 이뤄져야할 부문으로는 선박관련
금융을 들었다.

국내선사들의 금융비용부담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데다 선박확보
또한 쉽지않은 여건을 감안해볼때 선박금융에 대한 연도별 한도설정식
규제를 폐지하거나 외국과 대등한 조건으로 이용토록 하고 중고선 도입은
자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선사들의 자기자본대비 평균부채비율이 3백%선인
반면 국적선사들의 평균부채비율은 무려 9배에 이르는 2천7백%선이고보면
금융비용부담이 얼마나 선사들의 발목을 옥죄고 있는지는 납득할만하다.

수산업 분야에서도"규제"가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3대 원양어업국으로 자리매김될 정도로 급부상
했으나 수산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해운산업에 비해 수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지난 90년만하더라도 원양어선 8백10척에 내국인선원만 2만2천명이
승선했으나 3D업종에 대한 기피현상으로 지난해엔 6백37척에 8천3백명선으로
그 수가 격감했다.

게다가 이들 선박의 절반가량이 선령 21년이상 노후선박으로 형편상
대체 또한 여의치않은데다 내년 7월부터는 국내수산물시장을 2단계로
전면 개방해야될 초읽기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외부적으로는 해양오염과 남획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주요국가들이
입어제한이나 총어획량제도도입 공해조업관리 감시강화조치 등을 잇달아
취하고 있는가하면 배타적 경제수역 (EEZ) 선포러시로 어장이 축소.
상실위기에 몰리고 있는 등 수산업경영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한 해법도 규제완화에서 찾을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원양어업협회 정창세 부회장은 "수산업은 식량안보산업으로
국제경쟁력 강화의 고삐를 조금도 늦춰서는 안되는 부문"이라며 "업계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수산업쪽의 어려움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회장은 그 대표적 예로 현재 연간 출어자금 총소요액의 30%선에
그치고있는 정책자금지원을 50%선까지 확대하되 6~8.5%인 금리를
경쟁조업국인 일본 대만의 경우와 같이 3~4%까지 낮추고 중고어선은
자유롭게 들여와 쓸수있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고 밝혔다.

수산업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수산경제연구원 홍성걸박사의 진단과
처방도 눈길을 끌고있다.

3천여개의 섬과 1만3천 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수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어민 30만명과 수산물유통및 가공종사인력 2백만명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고용창출효과등을 감안해볼때 결코 무시할수 없으며
이들에 대해서는 국토방위의 첨병이라는 측면에서라도 더많은 지원이
이뤄져야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방위비예산중 일부를 떼어내 어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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