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어촌에 대해 국가가 어디까지 "보상"을 해
주어야 하는가.

이번 국회에 제출될 농어업재해대책법(이하 재해대책법)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공방전을 벌일 태세다.

지난 94,95년 자연재해의 빈발로 농어촌의 피해가 잇따르자 야당은 두차례
에 걸쳐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정부가 농어촌재해에 대해
구호차원의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재원마련이 어렵고, 정부가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에
"보상"을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여당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14대국회에서 자동폐기되는 "비운"을 맞았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등 야당은 이번 7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법안중
재해대책법개정안을 첫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양당은 단일안으로 입법화할 16개 정책공조법안중에 이 법을 포함시켰으며
자민련은 이미 지난 10일 당무회의에서 재해대책법개정안에 대한 보고를
마친 상태이다.

법안이 갖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명칭도 "재해보상법"으로 바꿨다.

재해대책법은 농업및 어업에 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가및 지방자치
단체가 피해 농어민에 대한 지원을 할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90년에 입법화됐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피해에 대한 지원수준이 미미하고 지원요건도
까다로와 "땜질식 조치" "사문화된 법률"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경작규모가 2ha 미만이면서 농작물이 50%이상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만
피해액 일부와 중.고교 자녀의 수업료면제등을 지원받을수 있는 것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법규때문에 경작규모가 2ha 미만이면서도 농작물 피해율이 50%를
넘지 않거나 50%이상 피해를 입고도 경작면적이 2ha를 넘는 경우에는 전혀
지원을 받을수 없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야당이 이번 국회에 제출할 개정안은 농업재해에 대한 국가의
보조를 현행 "구호"나 "지원"수준에서 "보상차원"으로 격상시키는등 보상액
의 확대와 보상기준의 완화를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령인 "재해구호및 재해복구비용부담기준"과 별도로 재해대책법
에 "보상기준"을 명기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20%를 초과한 경우 국가및 지방
자치단체가 20% 초과분의 70%를 보상하고 <>보상재원의 확보를 위해 5천
억원이상의 농어업재해보상기금을 설치하며 <>기금은 정부의 출연금과
농수축협등의 농산물수입으로 인한 수익금등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보상"은 피해농가에 대해 소유규모나 경영규모와 관계없이 공평하게
이뤄지도록 돼있다.

여당은 국가가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에 대해 농어촌에 대해서만 무한에
가까운 책임을 지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기금설치도 재원마련의 어려움을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장기적으로 농어업재해대책법을 폐지하고 농어업재해보험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 김영진의원은 "WTO체제하에서 농어촌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여당이 말하는 "형평성" 문제는 납득할수 없는 것"이라며 "농어촌에 대한
재해보험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민련 허남훈 정책위의장도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이미 법에
규정돼 있는 만큼 지원을 늘리는데 법리적 문제가 개입되지는 않을 것"
이라며 정부.여당의 적극적인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