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국회가 여야의 첨예한 대치로 원구성도 하지 못한채 2주일간이나
공전하고 있다.

소득세법개정안과 해양부신설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EEZ(배타적
경제수역)법안등 시급히 처리해야할 주요법안들은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때 후보들이 앞장서 해결하겠다며 그렇게도 목청을 높였던 민생
현안들도 이제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벗어난듯한 인상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은 차치하고라도 정치권내부에서도 더이상의 국회
파행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차게 일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일간의 휴회기간동안 벌어진 여야간의 막후절충과정을
살펴보면 국회의 파행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하다가는 올가을 정기국회까지도 국회가 정상가동될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야간 타협에 의한 정치를 점차 기대하기 힘들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올해 15대총선을 거치면서 우리정치가 더욱 3김구도로
굳어졌다는 점이 이같은 정국파행 내지 정치실종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3김간에는 내년 대선을 향한 "기세" 대결이 이미 시작됐고 최근의 정국
파행은 그같은 대결구도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국회원구성 협상조차도 3김의 원격조정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여야 당직자들은 3김의 눈치만 살펴야하는 상황이다.

여야대치의 원인인 영입에 대한 사과와 선거부정을 막을 검찰과 경찰의
중립화방안 등은 3김의 내년 대선전략과 연계된 부분이기 때문에 3김간의
정치적 타협없이 당직자들간의 절충만으로는 풀리지 않을 사안이다.

여야영수회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권핵심부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운영의 궁극적인 책임이 있는 신한국당 지도부는 원구성이 정치적
절충의 대상이 될수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지침이 없어서 그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야절충을 통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국회공전의 책임을 야권에 떠넘기면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허송세월
하는 것은 집권당으로서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영입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상당수는 어쩔수 없이 끌려들어온 면이
있다고 보고 당지도부가 추가영입을 하지않겠다는 선에서 유감을 표하고
야권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야당의원들은 일단 국회를 정상화한뒤 정치관계법개정문제를
비롯해 따질것은 따지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DJ와 JP가 아직 아무런 지침을 주지
않고 있어 "실력저지"외의 선택은 어려운게 현실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