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간 "통행.통신의정서" 타결로 경수로
건설지역인 신포는 완전히 개방된 해방구로 변할 전망이다.

북한이 경수로를 "트로이의 목마"라며 거부감을 표시했을 당시부터 예상된
상황이지만 남북한이 분단후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감격적인"
자유통신.통행시대를 처음 열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우선 의미있는 것은 남북한간 직항로의 개설.

"직항로"라는 표현은 의정서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효율적이며 경제적인
항공로"를 포함한 추가항로를 개설한다고 양측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비행정보구역(FIR) 통과문제가 있으나 동해상에서 한국~일본~북한 등의
순으로 FIR를 통과하면 강릉에서 직접 선덕공항까지 연결될 수도 있어
사실상 남북직항로개설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둘째로는 남북직통전화개설.

중국 등을 경유해 신포지역과 통화가 가능하겠지만 착공후 2년뒤부터는
독자적인 위성통신수단이 설치될 수 있는 만큼 이 때는 무궁화호를 통해
직접 남북한이 연결될 전망이다.

지난달 타결된 면책특권 및 영사보호의정서에 따라 KEDO는 이미 북한측
으로부터 관계자신변을 보호받기로 한 바 있다.

아무튼 이같은 신포해방구가 북한의 나진.선봉지역 등으로 확대되면 사실상
북한의 전면개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EDO와 북한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경수로사업에 다른 후속
의정서체결과 착공준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체결된 의정서는 전체 10여개중 2개뿐이지만 향후 사업추진에
가장 긴요하고 양측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됐던 것들이 합의됐다는 점에서
추진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경수로사업은 현재까지 큰 문제없이 진행돼 오고 있으나 오는 2003년까지
북한에 1백만kW 경수로 2기를 공급한다는 당초 계획에 비하면 상당히 지체
됐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수로 사업은 "단계적 진행"이라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동시다발적인 전개"가 불가피하게 됐다.

먼저 KEDO와 북한은 조만간 2차협상에 착수, "북한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에
대한 의정서"와 "부지인수절차 의정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양측은 이어 나머지 후속의정서 체결에 박차를 가해 <>품질보장 <>자금상환
<>원전 훈련요원 교육 <>사용후 핵연료 처리 <>핵사고시 책임의정서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남북한이 주도하고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참여하는 소위 "KEDO방식"의
진전은 다른 분야에서의 남북관계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4자회담도 이같은 "KEDO방식"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대화상대로서 남한을 거부하며 이같은 변칙은 수용하는 이중적
태도를 포기할 날이 멀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