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원국회에서 국회법에 따라 재적의원중 최연장자 자격으로
임시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허남 의원(자민련)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시나리오대로 국회의장 선출안건을 상정한후 곧바로 산회를 선포.

김의원은 "여야간 합심해 선진정치 구현에 최선을 다하자"는 요지의
인사말을 한후 국민회의 박상천 민주당 조중연 신한국당 박헌기 의원에게
의사진행발언 기회를 주고 12시15분께 "의장 선출안건을 상정시킬까요"라며
야당측의 반대의사를 은근히 유도.

김의원은 야당의 반대를 기다렸다는 듯이 "중립 입장에 서서 중간을 취할
작정"이라며 안건을 상정한후 곧바로 산회를 선포한다며 서두르는 태도로
의사봉을 때리기도.

김의원은 이어 "여야 절충주의에 입각, 앞으로 5일간 여야 총무단의
합의를 본후 12일 오후2시에 회의를 다시 연다"고 선포.

김의원이 산회를 선언하자 신한국당의 서청원 총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월권행위다" "국회법을 준수하라"고 고함을 치는 등 회의장은
일순간 어수선한 분위기로 돌변.

<>.''절묘한 사회''로 여당의 의장단 선출계획 저지의 일등공신이 된 김의원
에 대해 야권 지도부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본회의 산회직후 "80평생을 오늘을 위해서 사신 것
처럼 사회를 잘 보셨습니다"고 추켜 세웠고 국민회의 박상천총무도 "경의를
표합니다"고 인사하는 등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

김의원은 그러나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산회 선포''라는 야당의
시나리오에 강력히 반발, 야당지도부의 애를 태우기도.

특히 그는 산회직후 자민련 김총재에게 "다음번엔 의장을 뽑을테니 여당과
잘 협상해 달라"고 주문해 자민련 지도부를 당황시키기도.

<>.신한국당은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하고 본회의가 산회되자 곧바로
두차례의 의원총회와 고위당직자회의를 여는 등 향후 대책마련에 골몰.

신한국당은 "의장직무대행의 산회선포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단독으로 의장을 선출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등 진퇴양난의 분위기.

신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가 야당측의 의도대로 끌려간 것은
총무단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데 있다고 성토.

특히 산회직후 국회 146호실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고문인 이만섭
의원은 "총무단이 가만히 앉아 있으니까 일이 이렇게 됐다"며 총무단을
질책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언.

또 의원총회후 열린 고위당직자회의 도중 서청원원내총무가 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오며 "총무를 간단하게 보지마" "건방지게 말이야"라고
고함쳐 회의분위기를 반영.

신한국당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산회는 무효''라는 요지의 결의문을 채택
하고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2시간여동안 농성에 돌입, 여야가 뒤바뀐
듯한 진풍경을 연출.

농성하는 동안 김학원부총무 등은 회의 속개를 위해 김의장대행을 찾아
나섰으나 허탕.

결국 이날 김대행의 산회선포는 야당에게는 ''기쁜 날''을 만들어준 반면
여당에게 자중지란을 일으킬 정도로 허를 찌른 셈.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국회가 산회되자 양당 당3역 긴급연석회의를
갖고 향후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신한국당의 단독 의장단선출 강행에 대비,
소속의원 전원을 대기시키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

양당은 이날 신한국당의 국회산회선포 무효주장을 일축하면서 오는12일
국회본회의가 속개되기전까지 대여협상 등 원내투쟁에 전념하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경우 장외집회를 재개키로 내부입장을 정리.

이에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양당의 의원연석회의에서 김대중 총재는
"현정권은 여소야대를 뒤집어 국민의 국회와는 별도로 김영삼국회를
만드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있다"면서 "야당이 뭉쳐 싸우면 반드시
이길것을 확신한다"고 독전.

김종필 총재도 "두야당이 연석회의를 해서 권력에 대항하는 것은
의정사상 없었던일"이라면서 "국민들을 편안케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인만큼 양당은 힘을 합쳐 현정권을 규탄해야하며 오늘은 그시발"
이라고 공조를 과시.

< 김태완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