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5대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함으로써 향후
정국은 김영삼대통령주도의 국정개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비롯한 기존 야권지도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도로 쇠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같은 선거결과에 따라 김대통령은 비록 임기를 1년반정도 밖에
남겨두지 않았음에도 강력한 지도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함께 정치권의 세대교체 바람도 세차게 일 전망이다.

여권이 주도적으로 추진중인 3김청산 못지않게 야권내부에서 조차도 총선
참패에 대한 지도부의 인책론이 제기되는등 야권은 엄청난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점쳐진다.

야권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번선거에서 "대약진" 한것으로 평가되는
자민련의 김종필총재는 그러나 신한국당의 정치권 새판짜기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 나갈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JP는 그러나 DJ를 비롯한 기존 야권의 지도급인사들의 정치적 위상이
쇠락해지면 자신의 운신폭도 따라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권에
대응하는 야권연대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여권핵심부는 이번 총선승리를 바탕으로 일단 기존의 개혁적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97년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여권의 체제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권핵심부는 당초 여소야대가 될 경우 인책론이 제기되면서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던 지도체제개편 과정등에서의 소용돌이는 면하게 됐으나 역설적으로
차기를 향한 당내중진들과 영입 "빅3"중 이회창선대위의장과 박찬종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등의 차기를 향한 물밑 행보는 더욱 활기를 띨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권레이스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중진들이 이제 차기를 겨냥해 움직일 때가 됐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총선전부터 본인들의 입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바 있다.

특히 차기와 관련해 총선전부터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점쳐지던
이의장과 박위원장은 수도권에서의 예상밖 압승으로 당내입지가 대폭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환대표위원과 이한동국회부의장등도 각기 자신의 본거지인 경북과
경기에서의 압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고 나름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지역에 따라 약간씩의 편차는 있지만 현정권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신한국당후보를 지지한 것은 자신들의
지역적 기반이나 개혁적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지역대표성"을 주장할수 있는 지역에서의 승리는 지역주민들이
차기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기도 하다.

여권일각에서도 이들의 주장에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권의 체제개편이나 후계구도문제는 그러나 총선승리로 지도력을 배가한
김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인 키를 쥘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내역학구도가 복잡한데다 어느 누구도 독자적으로 대권행보를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여권은 이제 본격적인 후계경쟁에 접어든 가운데 김대통령이
차기를 노리는 후계그룹들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은 후계선상에 올라있는 인사들을 일단은 총선승리에 기여한데
걸맞게 예우하면서 상호 견제를 통한 막판까지의 지도력 확보에 신경을 쓸
것으로 분석된다.

말하자면 김대통령은 여권에 대한 장악력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후계구도"를 점진적으로 구체화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관련, 정치권에서는 김대통령이 후계구도의 조기가시화는 레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그시기를 당헌규정(대통령선거 90일전까지)을 지키는
범위내에서 후보를 사실상 지명하되 그시기는 최대한 늦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중심제의 정치현실상 또 여권체질에 익숙해져 있는 당내중진들도
상당기간은 처신을 매우 신중히 할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후계지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김대통령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김대통령의 정국주도에 최대한 협조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를 겨냥한 행보를 급작스럽게 표면화하는 일에는 극히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얘기다.

야권의 경우 우선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쪽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김총재의 대권도전은 이제 완전히 물건너갔다는 분석까지 하고
있다.

당내에서의 지도력도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종필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련을 전국적인 정당으로까지 끌어올리는데
는 못미쳤지만 앞으로 구여권 내지 보수세력을 응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여권의 예상외 "강풍"속에서도 본거지인 충청권에서 압승한데다 대구지역
에서도 선전을 했고 수도권 일부에서도 교두보를 확보한 것은 대성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총재는 다만 대구지역에서의 선전은 김총재의 영향력이라기 보다는
반YS정서 때문이라며 일지모르는 대구지역출신들의 내부도전에 대배하는
부담은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총재의 측근들은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입지를 잃을 경우 JP도
"세대교체"의 거센 바람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김총재는 그러나 현재의 의석보다 약진을 했고 확실한 지역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훗날을 대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당지도부나 당의 상징적 인물들이 대거 낙선한데다 원내
교섭단체구성도 어려워진 민주당은 국민회의에 이어 두번째 패배자라는
평가다.

벌써부터 상당수의 당선자들이 여권이나 야권으로 제갈길을 갈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제 여권은 총선승리를 발판으로 정치권의 물갈이를 포함한 국정전반에
걸친 개혁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거의 무력화되다시피한 야권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