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제 신장된 국력을 갖고 국제평화와 전쟁관련 문제에 대해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 모두의 피땀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수길 주UN대사는 7일 안보리비상임이사국 진출 1개월여만에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상이 놀라보게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대사는 안보리일정이 서울 공관장회의에 참석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했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시간을 쪼개 들어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나라는 이사국으로서 그동안 30여회의 회의에 참석했으나 이중
공식적인 회의는 8회에 지나지 않았을 정도로 UN에서는 비공식회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또 4년전만해도 한국이 다른 나라를 찾아다니면서 부탁만 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각국 외상들이 올 때마다 한국대사들 찾겠다고 박대사사무실,
UN라운지 등에서 우리측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

그는 "같은 안보리이사국인 이집트 칠레 온두라스 인도네시아 등 비동맹
국가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비동맹사회에서 우리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보리에서의 우리지위를 잘 활용해 한반도의 평화를 공고히 하고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등 남북통일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며
"UN안전보장이사회의 서울 개최도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반도문제에 관심이 많은 부트로스 갈리UN사무총장이 오는 26일부터
3일간 서울을 방문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러나 평양방문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서울에 와도 괜찮다는 입장인데 북한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박대사는 공관장회의가 끝나는 오는 10일 출국할 예정이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