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두환전대통령을 2일 전격 소환함으로써 검찰의 12.12 및 5.18
사건 관련자처벌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검찰이 12.12군사반란에 대한 재수사방침을 발표한 지 하룻만에 전씨소환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도 검찰의 속전속결의지를 읽을 수 있다.

5.18특별법이 제정과 맞춰 늦어도 연말까지 전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친다는 것이검찰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전씨소환발표가 이렇게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은 아무도 못했다.

실제로 12.12사건 수사기록이 3만여페이지에 달하는 데다 이번 수사검사들
은 지난번 수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인만큼 기록검토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상식을 깨고 검찰이 소환조사절차를 밟는 것은 우선 재야와 야당측
에서 요구하고 있는 특별검사제도입에 검찰이 밀리지 않기 위해 수사조기에
돌입할 필요에서 비롯됐다 분석이다.

지난 7월 "공소권없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는 검찰로서는 자칫 특별
검사제에 밀릴 경우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설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조기조사로 나타났다는 시각이다.

특별검사제논의의 조기차단이 배경이 됐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10월 전씨등에 대한 기소유예결정을 내렸던 당시 서울
지검 공안1부의 수사자료가 거의 완벽해 조기소환조사를 벌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기술적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사결과발표에서 검찰은 "전씨가 정승화계엄사령관을 연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의 사전결제를 받아야 하는데도 불구, 이같은
과정을 무시하고 무력을 동원해 정계엄사령관을 연행하는 등 12.12는 전씨를
중심으로 한 소장세력이 군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군사반란행위"임을 명시
했었다.

특히 검찰은 정씨연행에 대한 최규하전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과정에서
유학성국방부군수차관보 등 이른바 "경복궁모임"참가자들을 동원, 위세를
과시하는 등 군명령계통을 문란시킨 부분을 군사반란행위의 증거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로서는 조사해 놓은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검찰은 2일 오후 전씨를 소환한 뒤 이미 조사해놓은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을 확인, 곧바로 전씨를 군사반란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것이 유력
하다.

한편 정치권은 전전대통령의 소환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각당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민자당과 민주당은 "당연한 조치" "정의를 위한 첫걸음"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특검검사제 도입여론및 대선자금 수수설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 아니냐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는 전전대통령의 검찰소환에 대해 공식언급 없이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이 잘못된 과거사 청산작업의 일환으로 당연히 밟아야할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전씨 검찰소환은 군사쿠테타등으로 헌정을 파괴한 5.18
수괴자에 대해 당연한 법절차를 밟고 있는 것 아니냐"며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민자당도 1일 손학규대변인 섬영을 통해 "전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소환은
역사를 바로잡고 다시는 헌정파괴행위가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국민여망을
반영한 것으로 5.18문제처리의 당연한 순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손대변인은 "검찰은 전전대통령 소환을 계기로 12.12, 5.17쿠데타와 5.18
광주학살 관련자의 음모와 실인행위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을 기대
한다"며 "전씨는 속죄하는 자세로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
했다.

민주당도 "온 국민은 현재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듯한 느낌을 받고
있다"며 "굴절된 역사의 청산과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규택대변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회의는 전씨 소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검찰은
특별법 제정전까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대중총재는 이날 열린 양천갑지구당(위원장 한기찬) 창당대회에서 "검찰
은 5.18문제를 수사할 공신력이 없으므로 여야합의로 특별법과 특별검사제를
채택, 5.18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며 "전씨소환에 대해선 논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대변인도 "검찰은 특검제 도입요구를 희석시키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특검제 도입없이는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민련 역시 "검찰이 전씨를 갑자기 소환하려는 것이 5.18및 92년 대선
자금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의심된다"
(구창림대변인)며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구대변인은 "검찰이 야권에서 제기한 특검제 도입문제를 국회에서 확정하기
전에 조사를 완료하려는 의도라면 국민적비판과 의혹을 사는 우를 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삼규.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