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당분간 개각을 하지 않기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한승수대통령비서실장은 31일저녁 기자들과 만나 "김대통령이 오는 4일
국무위원조찬간담회를 갖고 동요하지 말고 정기국회대비에 만전을 기하라는
당부의 말씀을 할 예정"이라면서 "개각이 없을 것이라는 뜻을 이같은
방식으로 표명할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께 대폭적인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개각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데는 개각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21-22일 민자당지도부를 개편한데 이어 곧바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한은화폐유출사건,집중호우및 태풍으로 개각을 하기에는
시기가 적절치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번 개각에서 대상에 올랐던 홍재형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김용태내무부장관등이 이들 사태의 주무장관이었기 때문에 고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부총리를 경질할 경우 한은사건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오해를 사
15대총선을 앞두고 흠집을 낼 우려가 있었고, 수해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에서 내무부장관을 바꿀수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1-2명의 장관을 바꾸기에는 추석과 정기국회의 개회를 앞두고
별 명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같다.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볼때 현 시점에서 소폭의 개각을 하기에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6.27지방선거패배후 민심수습차원에서 개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필요성이 크게 반감된 점도 전면 유보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대통령이 그동안 대사면조치,8.15경축사,집권후반기 국정운영방향제시
등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장악하고 정치권사정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민심수습용 개각은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