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25일 청와대출입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지난 2년반
동안에 느낀 솔직한 감정과 집권후반기의 국정운영방향을 밝혔다.

11시45분부터 오후 1시까지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그동안
국정운영방향등에 대해서는 얘기를 많이 했으니 오늘은 특별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 말아달라"면서 지난 2년6개월동안 느낀 심정을 주로
솔직하게 피력했다.

O.김대통령은 먼저 "오늘이 국민은 물론 내자신에게 대단히 의미있는 날"
이라면서 "국무위원이나 당직자들보다 기자들을 통해 국민여러분을 만나는
것이 주요하다고 생각해 이자리를 마련했다"고 오찬간담회의 배경을 설명.

김대통령은 이어 "지난 2년반동안 사심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회고보면서 정치자금
불수수선언, 재산공개, 군개혁,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교육개혁등
그동안 단행된 개혁조치들에 대해 열거.

김대통령은 그러나 "솔직히 말해 시행착오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면서
"여론수렴과정이 미흡한 면도 있었다"고 술회.

김대통령은 "비밀에 부쳐야되는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금융실명제는
철저히 보안을 지켜야 됐다"며 독일에서 근융실명제가 실패한 이유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

김대통령은 특히 "지난 2년6개월은 26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길고도 힘들고 고독한 기간이었다"면서 "청와대가 한국에서 가장 고독한
장소"라고 강조.

O.김대통령의 발언이 끝난뒤 기자들이 내각및 청와대비서진개편에 대해
질문을 던졌으나 김대통령은 끝까지 함구로 일관.

개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대통령은 "어려운 질문은 하지 않길 바란다"
면서 "내 심정을 얘기하는 것으로 이자리를 마치는게 좋겠다"고 언급을 회피.

기자들이 개각문제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자 김대통령은 "내심정을
말한 것으로 기사가 충분할것"이라며 "일체 얘기하지 말자"고 거듭 강조.

김대통령은 "지난 2년반동안에 있었던 아쉬운점과 시행착오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겠다"며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얘기로 받아달라"고 당부.

김대통령은 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취임후 북한이 NPT탈퇴를 선언하고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때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데
잘못하면 "큰 일"이 날것 같아 거의 잠을 못자고 고뇌를 했다는 것.

김대통령은 "긴박한 상황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밝히고 "위기
일보직전의 심각한 사태까지 갔으나 모든걸 공개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혼란이 일어날까봐 그렇게도 못했다"고 당시상황을 공개.

김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좀 여유를 가져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휴가가 3주나
된다고 지적.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