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가 2년7개월여 동안의 "정치 휴면기"를 마감하고
우리 정치계의 한 복판으로 돌아왔다.

정치적 "야망"을 성사시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국민에 대한 은퇴약속을
뒤로한채 정치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DJ의 정계복귀는 내년 총선, 97년 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계에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그의 전면 복귀로 인해 민주당은 분당이 불가피해졌고 정국은 "후3김시대"
로 접어들게 됐다.

이는 지방선거후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정계개편의 시발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DJ가 서둘러 정계복귀를 선언한 것은 일시적인 여론의 비난을 감수해서라도
97년 대선을 향한 자신의 행보를 늦출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어차피 받게될 약속위반에 대한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이기택총재를
비롯한 당내 "반신당파"의 창당저지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
이다.

DJ의 정치복귀선언은 우선 지난 3년10개월동안 지속돼온 이총재와의
정치적 동거를 실질적으로 마감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역통합을 명분으로 한집살림을 해왔던 영.호남의 두 정객이 결국 지역
갈등을 극복치 못해 제갈길로 돌아선 것이다.

동교동측은 DJ의 정계복귀선언으로 신당창당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DJ의 한 측근의원은 "더이상 당내에서 이총재의 비난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며 "창당작업은 앞으로 밀실이 아닌 공개적인 장소에서 추진될 것"
이라고 밝혔다.

DJ는 13일에도 외부영입인사 접촉에 분주히 나서는 한편 박은태 류인태등
신당참여 관망파들을 시내 한 호텔로 불러 설득하기도 했다.

친동교동계의원들의 이탈로 민주당은 "미니정당"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91년9월 합당시 이총재의 지분과 이후에 합류한 개혁모임소속의 의원
15~20여명만이 일시적 동거형태로 남게된 것이다.

이총재는 이들을 규합, 세대교체및 반김을 내걸고 새로운 정치행보를
걷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잔류 민주당이 이총재가 의도하는데로 움직일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 시각이 우세하다.

개혁모임은 이미 이총재의 사퇴를 요구했고 대구.경북등 비호남권 원외
지구당위원장, 김근태부총재를 정점으로 하는 국민회의 역시 이총재를
인정치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 관계자들은 이같은 점을 들어 "잔류의원들이 신당으로 대거 합류하거나
또다른 정치 파트너를 찾아 이탈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와해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DJ의 정계복귀와 신당출현은 민자 자민련등 다른 정당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DJ는 5.6공인사를 포함한 구여권세력, TK(대구.경북)세력, 군출신
인사등을 폭넓게 흡수하겠다는 전략이어서 민자.자민련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 3당은 내년 총선이전까지 세확산을 위해 유력인사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각당은 또한 총선.대선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정파간 이합집산 또는
상호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DJ는 당분간 정계은퇴 약속 번복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비난을 모면키
어렵게 됐다.

그의 복귀는 또한 정치권의 최대 논쟁거리로 등장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를 감안,DJ는 오는 18일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정계은퇴 번복에 대한
입장표명에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여론의 비난에 대한 나름대로의 반박논리도 제시할 예정이다.

DJ가 어떤 명분으로 자신의 정계복귀를 정당화할지가 주목된다.

<한우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