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묶고 말은 푼다"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선거전략마련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기본 명제다.

여야는 이번 선거가 통합선거법이 본격 적용되는 첫 선거인만큼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로 치러는데 모든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야 구분없이 돈을 쓰지않으면서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수 있는
경제적인 전략마련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점이 종전과는 크게 다른
움직임이다.

이가운데서도 정당연설회와 개인연설회를 통해, 특히 TV토론으로 승부를
가름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은 여야의 선거전략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본격 득표경쟁에 돌입한 현재 여야가 득표활동의 초점을 광역단체장선거에
맞추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민자당의 경우 15곳중 서울 경기 인천등 수도권을 포함해 모두 10곳을
장악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수도권과 광주 전남.북등 6곳을, 자민련은 대전 충남.북
인천 강원등 5곳을 승산이 있는 곳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후보들의 인물과 정책공약위주로 선거를 주도한다는 기본전략을 수립해
놓은 여당과, 현정부의 실정을 집중 공략해 이번 선거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부각시키려는 야당의 전략이 각각 어느정도 주효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자당은 투표일을 불과 2주일남짓 남겨둔 현재까지도 "조직"이 움직이지
않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당지도부는 종래 여권의 선거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같은 일시적
"금단"현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안으로 마련한 전략이 바로 득표할당제.

민자당은 10일 각 지구당위원장들에게 읍.면.동, 투표구, 관리구별로 득표
목표를 시달할 예정이다.

선거결과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특히 시.도지사후보의 득표가 기초단체장
또는 광역의원 득표에 못미칠 경우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신상필벌"
하겠다는 얘기다.

민자당은 득표목표 달성방법으로 패키지 유세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는 정당연설회때 광역및 기초단체장후보와 광역의회의원후보, 관련
지구당위원장들도 모두 동원해 유권자들에게 "한묶음"으로 지지를 호소,
후보자의 개인적인 취약성을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11일부터 투표전날인 26일까지 16일간 허용된 연설회기간중 민자당이
선거법상 개최할수 있는 정당연설회 횟수는 광역단체장 7백65회, 기초단체장
5백10회, 광역의회의원 8백75회등 모두 2천1백50회.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개인연설회와 합동연설회를 제외하더라도 산술적으로
하루평균 정당연설회만 1백34회를 할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앙당차원의 지원유세단도 가동한다.

지원유세에는 지난 대선당시의 연사들을 포함해 전문연설원 50여명이
나서고 이와는 별도로 이순재 최영한 정주일의원을 비롯 김건모 룰라등
인기 연예인 1백여명으로 봉사단을 구성, 연설회의 사회자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여론전파력이 높은 택시기사 이.미용사 보험회사원등 8백여명으로
"구전"홍보단을 구성, 심리전을 병행키로한 것도 눈에 띈다.

당내분으로 뒤늦게 선거전략수립에 나선 민주당은 선거막판 야당특유의
"바람몰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람몰이의 1차적 전략은 지도부의 지방순회유세.

이기택총재와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각각 지역을 분담, 세몰이에
나서겠다는 것.

이총재는 영남과 강원 충청지역을 돌고 김이사장은 호남과 수도권을 맡을
계획이다.

지도부의 유세에 뒤이어 곧바로 40여명으로 구성된 순회유세단을 내려보내
표훑기에 들어간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TV와 신문지상을 통한 토론등 "언론유세"가 세몰이에도
적격이라 판단, 여당후보에게 공개토론회를 제의하는등 적극 공세를 펼
방침이다.

중앙당 선거대책위기획실에 별도의 언론토론 홍보팀을 만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유세기간중 수미일관하게 "민주당을 찍자"는 간판론으로 여당의
인물론에 맞서겠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현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켜 민자당후보들을 집중 공략하되 무소속
후보에 대해서는 지역발전을 뒷받침할만한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논리로
몰아세워 무소속돌풍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도 지역별 후보자간의 팀플레이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4종의 선거가 동시에 실시됨에 따라 4명의 후보가 서로 연대, 선거운동을
펴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에서이다.

< 김삼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