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식전국무총리나 김명윤전고문등 원로중에서냐 이한동총무 김윤환
정무장관등 소위 중진실세냐.

김종필전대표의 퇴진이라는 정치적 파장을 몰고온 민자당의 "세계화를 위한
전당대회"가 이틀앞으로 다가왔으나 여권은 여전히 후임 당대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후임대표가 결정됐지만 발표의 극적효과를 위해 보안을 유지하는 것인지
아직 확정을 못한것인지 조차도 분명치 않다.

당일각에서는 "예측가능한 정치"가 바람직스러운 방향이라며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치권에서는 새대표는 정원식전국무총리쪽으로 다소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만 무성할뿐 어느 누구도 섣부른 예측을 불허하고 있는 오리무중의
상태다.

이같은 상황은 당내 민주화가 되어있지 않은 우리의 정치현실상 불가피한
측면이기도 하다.

당연히 당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인사가 대표에 발탁돼야 하겠지만
우리의 정치상황은 일반당직은 물론 당의 얼굴인 대표까지도 통치권자의
정국운영 차원에서만 다뤄지다보니 불가측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JP가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을때
후임대표를 포함한 핵심당직인선에 관한 구상에 들어가 지난 설연휴때
이미 매듭을 지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당내의 무색무취한 관리자형으로 황인성전총리 정재철중앙상무위
위장등이 초기에 대표감으로 거명되다 뒤이어 원로급의 정원식전총리나
김명윤전고문 또는 중진실세로 불리는 이한동총무와 김윤환정무장관등이
교대로 하마평에 오르내렸었다.

급기야는 이만섭전국회의장까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혼선"은 대표인선이 철저한 보안이 지켜졌기 때문이지 김대통령이
결심을 못한채 언론에 떠본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JP신당"변수등 여러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봐야 하는 상황때문에
대회당일인 7일까지 원로형-중진실세-원내의 관리자형을 놓고 김대통령의
저울질이 계속될 것이라는게 5일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대통령은 JP를 "내쫓기"까지한 이후의 당얼굴이 그정도냐는 여론을
의식해야 하고 민정.민주계가 동거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당내결속문제
나아가 후계구도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어쩌면 단임제하의 대통령이 떠안아야 하는 짐이기도 하다.

과거 단일세력으로 형성된 역대 집권당에서는 대표의 임명을 두고 이같은
"고심"은 필요없었다.

그동안 대표인선을 놓고 김대통령이 전에없는 고심을 했을 것이라는 흔적은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당초 "당의 세계화"를 내세우며 당명을 바꾸고 대표직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던 민자당이 슬그머니 당명도 대표직도 그대로 두기로 한것이 좋은
예다.

세계화라는 시대조류에 힘없이 무너질것 같은 JP가 그 동조세력을 업고
신당창당이라는 예상치못한 반격을 해온 결과다.

친정체제 강화 포석으로 자칫 적당히 무색무취한 관리자형 인사나 원로형
으로 당의 얼굴을 맡겼다가는 민정계등의 이탈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따라 나름의 지역적기반을 갖고 있는데다 민정계를 무마할 수 있는
이한동 김윤환의원등 소위 중진실세의 기용 필요성이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다만 민주계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어
최형우의원등은 애초부터 대표후보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김 대표가능성은 그러나 JP신당의 파괴력이 별게 아니다는 여권핵심부의
판단이 서고부터는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민정계의 중진실세를 대표에 발탁할 경우 비록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아 있지만 이는 후계구도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고 대표자리가 민정계의
무게중심을 한쪽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도 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도 고려된듯 하다.

이와함께 이.김 두사람중 한사람이 대표가 될 경우 양측은 이를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세확산을 꾀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당의 결속을 해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김대통령은 결국 친정체제를 강화하면서도 당내 분파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즉 "후계구도"와 무관한 정전총리등 원로형을 찾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무게를 실어가고 있다.

그 경우 중진실세들을 당4역에 배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이같은 포석이 김대통령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여권의 주도세력인 민주계가 희망하는 구도이기는 하나 그렇게 될것으로
속단하기는 아직 이른것 같다 원로형에 대해서는 당내에서 대표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대구.경북이나 충청권의 지역바람을 잠재울
정치력 영향력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에서의 대표연설 대야당관계등을 감안할때 원외의 원로형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같은 지적등은 물론 민정계측에서 제기하고 있다.

대구출신의 이만섭전국회의장이 한때 대표후보로 부상한 것은 중진실세를
배제하겠다는 민주계의 정서와 현역이어야 한다는 당내다수의 의견이 절충된
결과인것 같다.

이전의장은 그러나 개성이 강해 김대통령이 "밑고 맡기기"에는 적절치 않은
인물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이랄수 있는 청와대와 민자당내의 민주계인사들은
5일까지도 후임대표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다만 전당대회당일 대표를 발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고 그 순간까지
누구라고 예측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헌상으로도 대표는 총재가 지명해 전당대회의 동의를 받게 되어 있는
만큼 김대통령이 7일 전당대회에서 총재로 선출된후 대표를 지명해야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대통령이 거명되고 있는 인사들중 또는 의외의 인물 누구를
대표로 임명하든 그가 후계자로 부상하는 것은 차단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여권의 차기후계구도상에서 JP가 빠진 상태에서 중진
실세들간의 물밑 후계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