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은 실현되는가.
김영삼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겠다는 김일성 북한주석의 제의가 긴장일
변도였던 한반도 상황에 새로운 태풍을 몰고왔다.

일부에서는 이 제의로 인해 북한 핵문제는 결정적 해결국면을 맞았다는 성
급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직도 그 실현가능성에 반신반의 하며 돌연한 김주석의 제의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측도 만만치않다.

이런 상반된 시선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카터 전미국대통령이 전달한 김
주석의 메세지를 즉석에서 수락한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은 "정상회담의 문제를 풀수있는 엄청난 효과"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었
다는 지적이다.

분단이후 50년이 다되도록 지금까지 남북정상은 단 한번의 만남도 없었다.
정상간의 만남은 상호 적대적인 상황에서는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다.

따라서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첨예한 이슈인 핵문제 해결의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수 있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문제 뿐만이 아니다.
민족동질성 회복차원의 남북한간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관계진전도
능하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정상회담 수락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기본입장을
완전히 바꾼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건없는 정상회담 수락이란 장소 시간 의제등에관해 특별한 조건을 걸지않
겠다는 뜻이지 기존의 우리정부 입장을 포기한다는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유엔안보리에서의 대북제재라는 우리정부의 입장은 남북정상회담
이 열린다해도 획기적 진전이 없을경우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라는 설명
이다.

김주석의 이번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우리측의 정책교란을 노리는 전술의 일
환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김주석은 정상적인 채널이 아닌 카터 전대통령을 통해 이런 의사를 전달해
왔다.

또 유엔에서의 제재가 임박한 싯점에서 정상회담제의가 나왔다는 점이 이런
의혹을 부추키고 있다.

최근 북한이 "전쟁불사"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 점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급작스런 태도변화라는 점에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이에대해 정부와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런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는 반
응이다.
"너무 성급히 북한측이 제공한 미끼를 문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관계
자는 "우리는 오래전부터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결코 성급한 수락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과정은 앞으로 양측의 실무자들간 접촉
을 통해 이루어지게 된다.

핵문제에 대한 북한 측의 태도는 그동안 워낙 변화무쌍했던게 사실이다.
이에 춤추듯 우리측의 대응도 국민들에게 결코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것도 부인할수 없다.

북한측의 보다 진실한 자세를 기대하며 아울러 우리정부의 성숙한 대응이
필요한 싯점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