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규제 혁파'만이 新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다.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올해 문을 연 특허통계센터는 10대 대중 수출 주력 품목의 지난 10년간 특허를 분석했다. 한국이 우위에 있던 반도체 및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기, 2차전지, 컴퓨터, 자동차 부품, 통신기기 등 분야별 특허 격차가 거의 추격당했다. 염려스러운 것은 중국 출원 시 한국특허는 중국특허에 비해 등록까지 약 2년이 더 소요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심사정책이 한국 기업에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난해한 특허 분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2018년 이후 대중 무역수지 흑자액이 가파르게 감소하는 등 여러 위기의 징후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나라 밖 탓을 한 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경제위기는 현실이 되고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 부진은 세수 감소로 이어져 미래 투자도 여의치 않다. 돈을 쓰지 않고도 경제 성장을 견인할 방안이 필요하다.

‘규제 혁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역대 정부들도 ‘규제개혁’을 외쳤으나 지난 20년간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규제는 마치 잡초처럼 제거해도 다시 생겨나기 때문이다. 규제를 뿌리째 제거할 방법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규제 1027건을 풀어 70조원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년 새롭게 생겨나는 1000건 이상의 규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제샌드박스’로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조지프 슘페터는 “규제는 창조적 파괴를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다”고 했다. 규제는 경제의 적이고 그 개혁은 참으로 어렵다. 처절한 반성과 뼈를 깎는 진정성 없이는 규제 혁파를 달성하기 어렵다. 역대 정부가 규제개혁에 실패한 것은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던 데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못해서였다.

신기술 분야 규제의 근본적 혁신은 ‘네거티브(negative) 규제’에 있다. 국민의 건강과 환경 등 민감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규제는 근본적인 틀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양자 등 빛의 속도로 발전해가는 분야에서 ‘허용되는 것만 나열하고 나머지는 안 된다’는 방식의 포지티브(positive) 규제는 새로운 것을 포섭하기 어렵다. ‘타다금지법’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2018년 제작된 VR 영화 ‘화이트 래빗’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인데도 PC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게임물’로 분류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신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사업에 필요한 ‘임시기준’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해 신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제안한 지역 특화 ‘메가 샌드박스’(통합적 샌드박스)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과잉규제 원인이 되는 의원입법이 정부입법과 같이 규제영향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미네르바(지혜)의 부엉이는 황혼이 돼서야 날개를 펼치듯 규제는 경제 성장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