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어제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대표자 간담회’에 불참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탈퇴 여부를 다음주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정부 투쟁도 선포한 상태.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불법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간부 김모씨를 그제 경찰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력·과잉 진압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른 것이 폭력인지, 이를 플라스틱 경찰봉으로 저지하며 체포한 것이 폭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영상을 보면 7m 높이의 망루를 향해 경찰들이 탄 사다리차 2대가 양쪽에서 접근하자 김씨는 나무막대기와 의자를 던지고, 쇠파이프로 사다리차 난간과 경찰 방패를 내리쳤다. 그러다 경찰봉에 몇 차례 맞고 주저앉았고,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3명도 쇠파이프에 맞아 손과 어깨 등을 다쳤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총포, 폭발물, 도검,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의 휴대 및 사용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물리력으로 맞서는 걸 예사로 여기는 게 우리나라 노동계다.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게 옳은 일인가. 그런데도 한국노총은 쇠파이프는 쏙 빼고 경찰봉에 다친 것만 부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아무리 봐도 그렇게 과격하게 폭력적 진압을 할 필요가 없는데 노동자들의 폭력적 저항을 유발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했다. 이 대표 눈에는 쇠파이프가 안 보이는 모양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안에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제 민주노총이 서울 세종대로에서 연 것처럼 평일 낮 도심 노상집회도 굳이 허가해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