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다가 회복은커녕 장기 수출 불황으로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어제 발표에 따르면 5월 1~20일 수출은 3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수입은 367억달러로 15.3% 각각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석유화학 제품, 지역별로는 중국과 베트남 수출이 크게 줄었다. 특히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반도체는 35.5% 급감하며 10개월째 수출 감소를 이어가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4월까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온 월간 무역적자 규모의 확대다. 1월 125억달러에서 4월에는 26억달러로 매달 개선됐으나, 이달에는 20일까지 43억달러로 다시 늘었다. 올해가 5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누적 무역적자는 295억달러로 지난해(447억9000만달러)의 65%에 달하고 있다.

암울한 통계와 현상보다는 우리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 원인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대책에 주목해야 할 때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따른 수출 회복세가 하반기에 나타나더라도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협은 △주당 실근로시간 감소 △임금 수준의 가파른 상승 △만성적 인력 부족 △연구개발(R&D) 생산성 위축 △입법 및 정부 규제 폭증 등을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았다. 주당 실근로시간만 보더라도 2017년 42.5시간에서 지난해 37.9시간으로 5년 만에 5.6시간(10.8%)이나 줄었다. 반면 실질 최저시급은 2017년 이후 4년간 28.4% 급증해 증가율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압도했다. 덜 일하고, 더 받는 구조로는 경쟁력 회복이 요원하다. 무협의 제언이 아니더라도 근로시간 개편을 비롯한 노동유연성 제고와 임금 안정,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 개혁, 미국 중국 등과의 통상협력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여 ‘수출 한국호’의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