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상의 회복인가, 새로운 일상인가
“3년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게 돼서 기쁘다.” 대통령의 발언은 코로나19의 사실상 종식 선언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던 많은 일상이 회복됐다. 어디서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언제든지 사람이 모일 수 있고, 코로나19로 어려웠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19 환자는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다. 통계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종종 나온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도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3년간 쓰던 마스크를 벗었으니 당연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이처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아도 과거와 똑같은 일상은 아닐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변화였더라도 긍정적인 측면은 살리고, 부정적 영향은 빨리 극복하는 것이 최선이다.

팬데믹 시기 대부분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은 전면적인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최근 대부분이 다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고 있다. 모여서 일할 때의 효율성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재택근무 시스템이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경영진의 판단은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싶은 직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원격업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작스레 시행한 재택근무가 마치 ‘느슨한 근무 형태’ 또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복지’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진 탓이다. 사실 재택근무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무실 근무보다 더 편할 이유가 없다. 사무실을 아예 없애버리고 전 직원 ‘리모트워크’를 고수하고 있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가상으로 구현한 사무공간에서 오프라인에서 일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다. 효율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 엔데믹에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한다. 직원들도 출퇴근 외에는 특별히 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사무실 출근을 선택한 기업들도 원상회복이라기보다는 온라인 회의와 재택근무 등의 장점을 조합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강제한 경험과 실험을 통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모색하는 것이다.

나쁜 경험도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발전의 토대가 되고, 좋은 경험도 이를 통해 얻는 것이 없다면 일시적 행운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병원에 가기 힘든 국민들의 건강을 뒷받침한 비대면 진료도 제도화가 늦어지면서 자칫 존재하지 않던 과거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미 3000만 건 이상의 경험과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비대면 진료를 원점으로 돌리기엔, 우리 국민과 의료진의 노력으로 만든 소중한 경험이 너무 허망하다. 과거보다 발전한 새로운 일상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