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반려동물 전성시대
요즘은 산책할 때는 물론이고 마트, 음식점, 쇼핑몰 등 실내에서 반려동물을 동반한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낯설지 않다. 강아지를 유치원에 보내기도 하고, “우리 막내 밥 먹을까?”라고 물어보는 등 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대하는 ‘펫팸(pet+family)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인 가구 및 딩크족 확산, 고령화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인 ‘펫코노미’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시장 규모가 4조원 이상, 2027년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 저하로 위축된 4조원대 유아용품 시장과 대조적이다. 가히 반려동물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일부 반려인의 책임감 있는 관리,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으로 지난해 11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유기됐다. 목줄이 풀린 반려견과 유기견에게 사람이 물리는 안타까운 사고 소식도 심심찮게 접한다.

실제 반려동물 양육자 네 명 중 한 명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행동 문제(물건 훼손, 짖음)’ ‘예상보다 많은 지출’ ‘질병 및 사고’ 등이 그 이유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입양’을 예방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유럽과 북미지역의 반려동물 문화를 참조할 만하다. 특히 독일은 반려동물 매매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펫샵이 아닌 동물보호소에 가서 일정 교육을 이수한 뒤 시험에 합격해야만 입양을 허락한다. 반려동물 세금도 내야 한다. 동물진료비 표준수가제를 최초로 도입하고, 반려동물 책임보험도 의무로 가입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률은 38.6%로 목표인 70%의 절반 수준이다. 펫보험 가입률도 0.8%에 불과하다. 펫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비해 반려문화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 강화, 표준수가제 도입, 진료부 발급 의무화, 진료비 청구 간소화 등 관련 법과 제도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보험회사가 다양한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펫보험이 실손보험처럼 보편화돼 진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면 반려문화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며, K팝 등 한류 문화를 통해 문화 선진국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앞으로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법, 제도, 의료체계와 반려인의 인식 개선 등 전반적인 반려문화가 함께 성숙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