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변화에 올라타는 방법
“We didn’t fit in the box there was already created. We made our game about ourselves our tool called comedy. We are not gonna stop taking risk or breaking barriers or challenge ourselves.”(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환경에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미디란 도구로 우리만의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위험을 무릅쓴 도전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백상예술대상에서 영어로 수상 소감을 밝힌 수상자가 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 팀이다. 피식쇼는 미국 토크쇼를 패러디한 콘텐츠다. 세 명의 진행자가 각자 영어와 한국어를 맡아 번갈아가면서 게스트와 대화한다. 핵심은 재치 있는 질문이다. 영화 홍보차 방한한 외국인 배우와 감독에겐 ‘잘 가(goodbye)’의 뜻으로 ‘밥 한번 먹자’란 말을 가르쳐준다. 한 가수에겐 ‘미국에 일하러 갈 때 챙겨가야 할 것으로 바이블(성경)과 바이든(미국 대통령) 중 선택하라’고 질문하자 게스트가 ‘바이블’을 선택한다. 이에 진행자가 ‘그럼 트럼프 쪽이구나!’라며 재치 있게 대화를 이어간다.

피식쇼 패널 중 한 명은 지상파 개그맨 출신이다. 그가 공개채용으로 입사한 당시부터 출연할 코미디 프로그램이 곧 폐지된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폐지 후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목표가 ‘웃음을 주는 것’이기에 “다른 웃음의 방식을 생각했다”고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꿈을 포기하고 커리어패스를 전환한 것이 아니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수단으로서 ‘유튜브’를 선택했다. 자신을 시대에 맞추기보다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올라탄 것이다.

GPT-4 출시 후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도 빠른 기술 고도화에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화평론가 이어령 선생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듣고 말과 사람에 비유했다. “말과 경주하면 반드시 인간이 진다. 말과 직접 경주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올라타야 이긴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기술에 ‘인간이 올라타는 방법’이 바람직한 고민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확산돼도 현실세계에서 의식주 활동을 하는 건 인간이다. 결국 주변과 사람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경쟁력을 갖추는 핵심이다.

“미국 토크쇼를 패러디해 영어로 게스트와 소통하는 콘셉트에 정체불명의 영어와 추임새로 웃음을 자아내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백상예술대상이 피식쇼의 예능 작품상 수상 이유를 밝힌 내용이다. 이들이 수상한 건 채널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웹 콘텐츠로 예능작품상을 선택한 이번 시상은 개인이 지닌 ‘능력’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