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창업가의 건강은 누가 챙겨줄까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스타트업 투자가 작년 대비 60%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창기부터 크게 성장해온 스타트업들도 자금 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얼마 전 ‘함께 흘린 땀방울로 버틸 힘을 길러내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스타트업 체육대회를 열었다. 100여 명의 스타트업 창업자와 생태계 종사자들이 모여 네트워킹과 더불어 위기 극복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이 소식을 알리는 기사의 댓글에는 ‘악플’도 제법 있었다. “스타트업이 어렵다면서 한가하게 놀고 있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다.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네트워크와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체육대회는 형식이고 이런 기회를 성장에 활용하는 게 스타트업이다” 등의 실용적 반박(?)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어려운 스타트업은 즐거우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타트업은 투자 혹한기가 아니더라도 도전이 일상이고,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언제나 더 높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스타트업 창업이고, 투자자와 소비자를 설득할 때만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할수록 더 큰 문제에 직면하는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되는 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다만 생태계 구조 안에서 실패했을 때 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당연히 큰 부담이 된다. 특히 창업자는 직원과 투자자 심지어 가족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 정신적인 부담이 누적된다. 주변에서 창업자는 멘털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은 더 커진다. 작년 분당서울대병원의 조사 결과 우울, 불안, 자살 위험 등의 심리 지표 모두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인 평균보다 좋지 않았다. 창업자 5명 중 1명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해 적극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이에 맞는 정신건강 관리가 필수다. 육체건강 관리를 위해 전문가의 조력을 받듯이 정신건강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다행히 올해 투자자와 지원기관 등이 힘을 합쳐 창업가 멘털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전문적 조력과 함께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공론화됐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의 여정은 마라톤과 비슷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즐기는 자’가 가장 강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이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