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한층 진전된 대북 억제책이 망라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상설 ‘한·미 핵협의그룹’(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하기로 했고, 동맹국이 핵 위협에 처하면 미국 본토 수준으로 방어해주는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는 것을 처음으로 별도 문서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으며, 상시 배치에 준하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 연합훈련 확대 등도 담았다. 대북 핵 반격 액션 플랜, ‘한국형 핵 공유’라고 할 만하다.

NATO의 ‘핵기획그룹(NPG)’과 같은 ‘한·미 핵협의그룹’은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격상한 것으로 핵전력의 기획, 운용에서 우리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보다 차원 높은 소통 채널이 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핵전력 운용 계획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한국이 따라가는 식이어서 실효성에 한계가 뚜렷했다. 협의체가 가동되면 상시 배치에 준하는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가 가능해지면서 북핵 위협에 대한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핵우산 문서화도 의미가 크다. 미국은 최상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NATO와도 핵우산에 대해 별도 문건을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과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북한 도발에 강한 대응 의지를 담았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양국 정상회담 때도 북한의 핵 공격 위협 시 핵으로 대응한다는 확장억제 전략을 재확인했으나 한국민의 우려가 계속되자 이런 조치들을 내놓은 것이다. 문서상 약속에만 그치지 않고, 강한 실행력까지 보장할 수 있는 세부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문서화를 우리 안보의 종착역으로 여겨선 안 된다. 더욱이 북한은 미국의 막강한 전략무기를 더 이상 겁내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목표 삼아 미사일과 핵어뢰를 시험발사하는 무모함을 보이고 있다. 한·미 방어망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은 신무기도 속속 선보이고 있어 안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마당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전격 없애버린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정권과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 안보 정책이 가변적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이 본토 위험을 무릅쓰고 핵전력을 사용하겠느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당장은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더라도 자체 북핵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핵을 막는 데는 핵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는 만큼 NATO와 같은 전술핵 배치에 성역을 둘 필요가 없다. 여차하면 우리도 핵을 단기간 내에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나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고, 핵 재처리 시설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